
명시적 계약 없이 법원에 압류된 자동차를 20년 가량 보관해 온 주차장 업자에게 국가가 거액의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업자의 보관 행위를 상법상 용역제공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주차장 업자인 A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치료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확정했다.
A씨는 2004년부터 광주지법 강제경매 절차로 인도집행된 차량 등을 보관하던 중 지난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법원 집행관들과 구두 계약을 통해 차량 보관을 위탁받았다고 주장하고, 국가가 보관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를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차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나 소유주인 채무자가 보관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정부가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닌 A씨가 자동차 매각대금에서 보관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법무공단의 주장이었다. 1심 역시 A씨가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보관료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정부가 A씨에게 보관료 9억3000여만원을 지급하고, 보관 중인 차들에 대해서는 종료일까지 보관료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A씨가 임치 계약 체결을 이유로 임치료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지만, 상법 61조에 근거해 정부가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상법 61조는 상인이 그 영업 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해 행위를 한 때 타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은 “상인인 보관업자들이 영업범위 내에서 정부를 위해 차량 보관이라는 용역을 제공한 경우 설령 임치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정부는 상법에 따라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도 지난달 27일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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