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식량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국내 식료품물가의 오름세가 진정되는 것도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높은 수준의 식품·외식물가가 국내 물가상승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은행은 28일 ‘국내외 식료품물가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 제하의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최근 국내에서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전월 대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흑해곡물협정 중단, 인도의 쌀 등 일부 국가의 식량수출 제한 등이 겹치면서 식료품 물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료품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가격 상승도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팬데믹 초기 식료품 지출 증가, 국내 기상 여건 악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가공식품 역시 작년 이후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각국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비용 측면의 압력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국제곡물가격 하락폭은 제한될 것으로 평가했다. 팬데믹에 따른 공급 차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곡물·비료 공급 차질, 각국의 식량 수출제한, 이상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식품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특히 50개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글로벌 공통 요인과 국가별 고유 요인으로 식료품물가 상승 요인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공통요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다른 품목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등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한은은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9%로 쌀을 제외할 경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제식량가격 상승은 원재료비 인상을 통해 가공식품, 외식 등 식품 관련 품목으로 주로 파급되지만 1차 가공품을 원재료로 하는 축산물, 의약품, 화장품 등으로도 광범위하게 파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중장기적으로 엘니뇨 등 기후변화가 국제식량가격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엘니뇨 기간 이후에는 국제식량가격 상승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해수면 온도가 예년 대비 1℃ 상승할 때 평균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 식량 가격이 5~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