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 수세 몰린 중국 .. 신흥국들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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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입력 2023-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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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과 한배 타더라도 단번에 중국과 등을 돌리면 안된다

김상철 교수
[김상철 교수]


 
지난 8월 24일 남아공에서 종료된 신흥 경제 5개국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가까스로 중국의 의도대로 신규 6개 회원국 가입이 성사되었다. 새로 회원국이 된 나라는 사우디·이집트·UAE·아르헨티나·이란·에티오피아 등이다. 인도네시아 등 23개국이 정식 가입 신청을 했으나, 가입 기준을 두고 중국과 인도 간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인해 숫자를 크게 늘리지 못했다. 중국은 브릭스를 선진 7개국 정상 모임인 G7에 버금가는 세력으로 키워 가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 상황을 보면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브라질 같은 나라는 회원국 확대로 인해 자국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모두가 동상이몽이다.
 
중국은 이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시진핑 주석은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GDI) 확보를 위해 100억 달러를 선뜻 내놓겠다고 밝혔다. 더 많은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또한 노골적으로 위안화를 달러의 대항마, 즉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미국이 특정국에 경제 제재를 가할 때 국제 달러 결제망(SWIFT) 퇴출을 유력한 카드로 활용한다. 이는 당사국에 심각한 경제적 악영향을 미침으로 인해 특히 제삼 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반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중국이 국제 거래에서의 탈(脫)달러를 유도하고, 심지어 IMF 빚 청산에 허덕이는 국가에 위안화로 상환하도록 도와줌으로써 달러 패권을 흔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흥국들의 속셈은 각양각색이다. 중국 편을 들다가도 여차하면 미국 편으로 돌아서는 행위가 반복된다. 지난 5월 일본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이 공을 들이는 신흥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4자 간 지역협의체인 쿼드(Quod)에 참가, 중국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인다. 재집권에 성공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가 반미(反美)나 G7·G20(주요 20개국 모임)에 대립각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중국의 심기를 불편케 한다. 회원국 혹은 회원 신청국들의 정치·경제·안보적 성향이 달라 이 블록의 덩치가 커질수록 이질적인 성격이 불거져 공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경제력이 과거와 달리 비틀거린다. 중국을 위상을 약화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은 다른 신흥국의 이익과 직결된 이슈다. 당장 인도가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고, 동남아 국가들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글로벌 교역 비중에서 중국 수출입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 국내 경제도 휘청거린다.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으로 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소비도 주춤한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위상은 차치하고도 신흥국에는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버텨주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기력을 잃는 중이다. 마지막 보루인 미래 기술 드라이브도 미국과 그 동맹의 집단적 견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브릭스의 구심점에 있는 중국이 중심을 잃고 치명적인 약점을 크게 노출하고 있는 것이 현상이다.
 
미국의 대중 전략도 수시로 바뀌어

중국이 죽을 쑤는 사이 모처럼 미국의 계산식이 먹혀들어 가는 중이다. 마침내 숨겨진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자신감을 보인다.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동맹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이익을 확실하게 거머쥐고 있다. 이른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국 간 공급망 구축)'을 내세우면서 이 중심에 미국이 위치하겠다는 내심이다. 금융과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없는 1등에서 제조업 있는 패권 국가로 노선을 급하게 수정하는 중이다. 제조업 없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한동안 중국에 밀리는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최근에는 중국에 대해 극단적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 (Derisking, 리스크 경감 또는 위험 줄이기)으로 수위를 낮추는 여유까지 보인다. 중국을 줄기차게 코너에 내모는 것보다 숨통을 터주면서 가겠다는 의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은 진행 중이지만 미국으로선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유럽 지도를 놓고 보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제외하면 모든 유럽 국가들이 미국 등 서방의 편으로 편입되면서 의외로 견고한 집단적 협의체가 만들어졌다. 러시아가 자기 손으로 발등을 찍은 셈이다. 아시아로 눈을 돌려보더라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국의 위상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과 일본, 심지어 대만까지 동북아 국가들은 미국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도 중국의 남중국해 도발로 인해 등을 돌리는 모습이 확연하다. 중국의 말발이 잘 통하지 않아 도리어 중국이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다. 현재보다 더 악화하면 아시아 역내에서도 중국의 우군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상황이 반전되면서 일정 기간 글로벌 질서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흐트러진 대외 위상과 대내 경제적 혼란을 단기간에 극복하지 못하고 장기화하면 중국의 추락이 걷잡을 수 없을 수도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 미국의 전술이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듯하다. 여하튼 미국의 속내와 중국의 약점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 따지고 보면 현재 중국의 위기는 중국인, 그들이 자초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강온 전략을 병행하면서 힘 빼기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한·미·일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로 한층 더 밀착하고 있는 것은 국익 확대를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중국에 대해 의연해야 한다. 돌변하지 말고 원칙과 상식에 근거하여 손익분기점을 찾아내고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눈치를 보거나 우왕좌왕하면 큰코다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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