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통합 국민건강보험공단 출범 23주년이다.
건강보험은 올해 보장성 확보 하에 지속 가능한 재정 관리와 공정한 부과 체계, 필수의료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보상체계, 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 지원을 목표로 중장기 구조 개혁이 필요한 상황.
특히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건보공단의 대국민 건강 증진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건보공단 해운대지사장과 동래지사장을 거쳐 공단본부에서 인재개발혁신단장, 홍보실장, 자격부과실장 등을 역임한 최덕근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장이 취임했다.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력으로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편을 진두지휘하며 변화된 제도 속에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 본부장.
그는 지난 25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정기석 이사장의 중점 업무 추진 방향에 맞춰서 지역 특성과 구체적인 사업을 조정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단본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특별사법경찰 도입 재추진과 소득정산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견인하는 선도 지역본부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최 본부장의 이러한 계획은 건강보험이 그동안 주창해 온 특사경 도입 추진과 더불어 소득정산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재정 건전성과 보험료 부과의 공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건보공단은 그간 여러 차례 특사경 도입을 추진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최근 정기석 이사장 취임 후 날로 커지는 불법개설기관(사무장 병원)에 의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특사경이라는 카드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
특사경 도입이 정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재정 누수를 조기 차단해 보험 재정 안정을 도모하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공단 측은 주장한다.
최 본부장은 "불법개설기관들은 치료 목적보다 영리를 주목적으로 하다 보니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유도하거나 의료 소모품을 재사용하는 등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울경지역본부에 따르면 실제 항생제 처방률이 일반 의원은 26.6%인 데 비해 불법개설기관은 43.2%로 60% 이상 높다. 또한 입원환자 비율이 일반 의원은 1.5%인데 불법개설기관은 3.7%로 두 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10여 년 동안 1448개 사무장 병원과 222개 면허대여 약국이 3조4276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하는 등 건강보험 재정 누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본부장은 "수사 권한이 없어 불법개설기관 자금 흐름 추적 등 혐의 입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산 은닉 등 수법이 점점 고도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불법개설기관들에 대한 수사 기간은 평균 11.8개월인 데다 장기간 수사 중 병원을 폐쇄하고 자산을 빼돌리는 사례가 많다. 불법개설기관이 운영 과정에서 편취한 부당이득금에 대한 징수가 어려워져 재정 누수가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관련 수사를 통해 3개월 만에 환수 처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불법개설기관이 청구하는 진료비 지급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조기 압류 추진으로 연간 2000억원 정도 재정 누수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사경 도입으로 불법개설기관을 없앰으로써 절감된 재정은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 인상 억제 효과와 더불어 꼭 필요한 약자 복지‧필수의료 강화에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특사경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며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본부장은 "건보 적자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사무장 병원의 이런 부당 지출과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서는 불법개설기관의 폐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특사경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득 중심의 공정한 건보료 부과제, '소득정산제'
이와 함께 자격 부과 등 부과 체계 분야를 진두지휘했던 만큼 최 본부장은 특사경 도입과 함께 '소득정산제'에 대한 중요성을 함께 언급했다.
공단은 현재 지역가입자에 대해 소득 보험료 정산제를 시행 중이다. 고소득자가 보험료 회피를 목적으로 조정 제도를 악용하는 '꼼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최 본부장은 "프리랜서 중 실제 소득이 있음에도 조정 제도를 악용해 허위 증명서를 제출한 뒤 보험료를 감액받거나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악용 사례가 발생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험료 조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다음 해 국세청 연계 자료를 통해 사후에 확인된 소득으로 보험료를 재정산해 악용 사례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소득정산제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시행한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은 재산보험료를 부과하는 재산과세 표준액에서 5000만원을 일괄 공제하고 소득 보험료 정률제 도입과 1가구 1주택자가 거주 목적 주택을 구입할 때 발생한 금융부채 일부를 공제하는 등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줄였다. 같은 시기에 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이고자 추진된 게 바로 '소득정산제'다.
2022년 9월부터는 소득 감소 등을 증명하면 보험료를 조정하고 조정한 연도에 거둔 소득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다음 해 11월에 소득보험료를 재산정해 추가 고지 또는 환급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발생한 소득을 올해 10월 공단에서 확보해 11월에 처음으로 소득정산제에 따른 보험료가 부과된다.
최 본부장은 "소득정산제를 도입해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에 형평성을 높이고 공평한 건보료 부과 기반을 넓히려는 취지"라며 소득정산제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이에 따라 부울경지역본부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소득 중심 부과체계를 추진하는 등 합리적인 건강보험료 부과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 본부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는 시·도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지역민 건강 향상을 위해 전 직원이 함께 노력하겠다. 이런 노력이 국민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세심히 살펴 국민 신뢰를 얻고 나아가 건강보험과 장기 요양 제도 발전을 앞당기는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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