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人사이트] 구광모 LG그룹 회장, 배터리·전장 투자한 선대회장 이어 AI·바이오 씨앗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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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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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씨앗이 미래 거목 되도록 꺾임 없이 도전하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말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해 인공지능 사업의 현황과 육성 전략을 점검하고 미래 사업 시장 동향을 살핀 이후 이같이 강조했다.

올해 구 회장은 숨돌릴 틈도 없을 정도로 글로벌 각국을 누비고 있다. 실제 구 회장은 올해 1월 다보스포럼이 열린 스위스 방문을 시작으로 3월 일본, 4월 미국, 6월 프랑스 및 베트남 등 국내를 넘어서 해외 주요 거점을 직접 찾았다. 7월에는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폴란드를 방문했으며, 지난달에도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출장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해까지의 구 회장과 큰 차이가 있다. 그간 구 회장은 재계 수위권을 다투는 다른 대기업 그룹 총수들에 비해 현장 행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총수로 꼽혀왔다.

5년 전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만 40세에 총수가 된 구 회장이 준비된 듯 신속하게 움직이기 어려웠으리라는 시각도 적지 않고, 그룹 안팎에서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활약해야 회사가 발전한다'는 구 회장의 신념이 영향을 미쳐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부터 구 회장의 스타일이 다소 바뀐 것은 스스로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인공지능(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 등 이른바 'ABC' 사업을 직접 살피고 있는 영향이 적지 않다. 재계에서는 구 선대회장의 미래 성장동력 육성 경영이 최근 결실을 맺었으며, 구 회장도 이에 영향을 받아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LG그룹은 전자와 화학 등 기존 주력사업이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10년 이상 투자한 이차전지와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확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초 기업공개(IPO)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뒤를 잇는 시가총액 2위로 자리를 굳혔다. 전장 사업도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이차전지와 전장 사업 모두 지난해 확고한 성과를 냈지만 구 회장의 업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두 사업 모두 구 선대회장이 오랜 기간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를 지속해 궤도에 올린 사업이기 때문이다. 1992년 연구를 시작한 이차전지는 30년, 2003년에 시작한 전장 사업도 20년가량이 걸려서야 성과를 냈다. 구 회장 시기에 꽃을 피웠지만 씨앗은 선대회장 시기에 뿌려진 것이다.

재계에서는 그동안의 사업 이력을 감안하면 "작은 씨앗을 미래의 거목으로 키우자"는 구 회장의 발언이 사뭇 다르게 들린다는 진단이다.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 이번에는 구 회장이 직접 씨앗을 심고 거목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실제 구 회장은 올해 상반기 향후 5년 동안 ABC 파업에 5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30년 후의 그룹을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이차전지와 전장 사업으로 ABC를 낙점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구 회장은 ABC 사업에서도 장기적인 경쟁력을 쌓아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구 회장은 AI 연구 허브인 LG AI연구원과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기지인 충북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를 직접 점검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글로벌 무대에서 시장을 선도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선대회장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며 "ABC 사업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시 항암 기능을 강화한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8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시 항암 기능을 강화한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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