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미래 전략적 요충지 '아세안'과 협력 확대 구상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3-08-31 05:5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세계열강의 각축장 아세안 10개국

  • 세계 3위 인구, 7위 경제권 부상

  • 2030년 세계 4위 경제권의 단일 시장 목표

 
주영섭 교수
[주영섭 교수]



최근 미·중 갈등이 패권전쟁으로 비화되고 러‧우 전쟁까지 겹치며 세계는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세계 각국은 새로운 진영 논리 속에 각자도생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중 갈등 초기에 미국은 전 분야에서 미·중 간 벽을 쌓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진하였으나 양국 경제 간 높은 상호 연관성으로 미국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는 등 실익을 거두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이제 디리스킹이라는 위험 제거 개념으로 특히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 발전을 억제하여 기술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국가 안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구조적으로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급변하는 복합적 세계정세에 대해 어느 때보다 현명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공조 체제를 수용하는 한편, 비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 전 산업 분야에서 다수의 전략 지역 및 국가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등 최대한 국익에 입각한 유연한 실리적 다자 경제‧안보 외교가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우호 국가 및 경제적 파트너 국가의 확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략 지역 및 국가 중에서도 아세안(ASEAN) 10개국과의 협력 확대가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과거 정부들도 아세안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간주하였고 현 정부도 포괄적 지역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틀 속에서 아세안에 특화된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추진 중이다. KASI는 과거 경제‧문화‧사회 협력 중심에서 정치‧안보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으로 강화하여 기존 정책을 보완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미국, 중국은 물론 EU, 일본, 호주의 강력한 대아세안 정책을 감안할 때 보다 진전되고 강력한 한‧아세안 협력 확대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한‧아세안 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세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올바른 전략과 정책이 중요하다. 먼저 아세안의 설립 배경과 목적을 살펴보면, 196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의 5개국이 동남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경제 성장 및 사회‧문화 발전을 도모하는 목적 하에 창설하였고, 1984년 브루나이, 1995년 베트남, 1997년 라오스, 미얀마, 1997년 캄보디아가 가입하여 현재의 10개국 아세안이 탄생하게 되었다. 2015년 아세안은 정치‧안보(APSC), 경제(AEC), 사회‧문화(ASCC)의 3개 분야 공동체를 출범시키며 ‘하나의 비전, 하나의 정체성, 하나의 공동체’를 목표로 진화하고 있다. 정치‧안보 공동체는 ‘동남아 우호협력조약’ 기반으로 안보 협력 확대를 지향하고, 경제 공동체는 상품‧서비스‧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단일 시장을 목표로 하며, 사회‧문화공동체는 인구, 교육, 문화, 전염병 예방 등 공동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은 2021년 기준 인구는 6억700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13배, 면적은 448㎦로 약 45배, 국내총생산(GDP)은 3조3000억 달러로 1.8배, 인당 GDP는 약 4900달러로 우리의 14% 수준이다. 현재 인구는 세계 3위이고 경제는 세계 7위권이나 5% 대의 연 평균 성장률로 2030년에 미국, 중국, EU에 이어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평균 연령 30세 전후의 젊은 인구구조로 높은 성장 잠재력과 함께 소비가 연 평균 15% 성장하는 거대한 단일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속히 아세안 경제공동체(AEC)를 완성하여 세계 경제를 견인할 역동적이고 활기찬 성장 중심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와의 경제 관계도 해를 거듭할수록 가까워지고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세안 수출은 2000년 201억 달러, 전체의 11.7%에서 2020년 890억 달러, 전체의 17.3%로 급신장하였다. 중국에 이어 2위 수출 시장인 아세안의 비중이 작년과 올해 다소 축소되고 있어 많은 우려 속에 대책 수립에 부산하다. 우리나라의 아세안 투자는 2000년 5억4000만 달러, 전체의 9.8%에서 2020년 101억 달러, 전체의 17.4%로 역시 대폭 증가하였다. 미국, EU에 이어 3위인 아세안 투자 역시 수출과 같이 작년과 올해 감소 추세이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리스크가 커진 중국 시장을 감안하면 아세안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세안은 우리나라에 있어 수출 시장, 경제 및 산업 파트너 이상의 많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소기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복합적 정책이 필요하다. 아세안은 유럽연합(EU)과 같은 초국가적 통합체보다는 평등한 주권국가 간 협의체 성격의 연성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전원 합의의 의사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소득 수준이 낮은 CLMV(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의 격차 해소를 위한 아세안 통합이니셔티브(IAI) 등 아세안 저소득지역 프로그램은 예외적 의사결정 구조를 따른다. ‘아세안 중심성’ 원칙으로 대외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보조를 취함으로써 대외 협상력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대내적으로는 내정 불간섭 원칙으로 국가 별 핵심 가치 및 이익을 추구하며 경쟁을 허용하는 ‘따로 또 같이’의 이중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세안의 이중적 특성과 함께 인종, 종교, 언어, 소득, 지리, 법‧제도 등 어느 지역보다도 큰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국가 별로 다양한 인종이 있고 종교도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가톨릭, 유교 등 다양하다.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는 불교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는 이슬람권 등 다양성 속에 동질성도 존재한다. 지리적으로도 인도차이나 반도의 메콩 유역 5개국과 해양 지역 5개국으로 나뉜다. 소득 수준은 싱가포르가 1인당 GDP 8만 달러로 압도적으로 높고 브루나이, 말레이시아가 1만 달러 이상의 상위권,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이 3000~7000달러의 중위권,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가 3000달러 미만의 하위권을 이루고 있다. 큰 격차 해소가 아세안 통합의 관건이다. 이러한 다양성과 이중성의 결과로 획일적 아세안 정책은 실효성이 없고 아세안 중심성 측면의 아세안 공동체 정책과 국가별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별적 정책을 적절히 혼합 구사하는 고도의 정책이 필요하다.
 
아세안 공동체 정책은 아세안의 최고 의결기구인 아세안 정상회의 외에도 조정이사회, 장관급 회의, 고위급 회의(SOM), 의장국, 아세안 사무국, ERIA 등 싱크탱크, 현인그룹(EPG), 조정국 등 복잡다단한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아울러 아세안 10개국의 다양한 이해관계 및 대내외 상황에 대한 이해와 사전 대응 및 조정도 필수적이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