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가 순익에서 생명보험사를 역전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새 회계기준) 제도로 상반기 생보사 순익이 표면적으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하반기 'IFRS17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뒤 해당 역전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보험회사 경영 실적' 자료에 따르면 손보업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조3281억원으로 같은 기간 생보업계(3조8159억원)보다 1.4배가량 더 많았다.
최근 5년간 실적을 보면 2021년 손보사 순익이 생보사를 앞섰다. 당시 손보사 순익(4조3000억원)이 생보사(3조9000억원)와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손보사 순익(5조4746억원)이 생보사 순익(3조7055억원)보다 1.4배 정도 많았다. 올 상반기에도 비슷한 차이를 유지했다.
보험권은 상반기 생보사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조6352억원(75.0%) 증가했지만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일시적 효과일 뿐 추후 순익 역전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앞서 보험사들이 올해부터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계약서비스마진(CSM)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후 당국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IFRS17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당국은 3분기부터 해당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만큼 하반기 손익 등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FRS17 도입 직전까지 손보사 순익이 증가세를 보인 반면 생보사들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손보사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7% 증가한 반면 생보사들은 30.7% 감소했다.
보험권은 인구 감소·고령화 요인과 함께 올해 도입된 IFRS17 제도하에서 해당 현상이 고착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IFRS17은 보험사 부채 평가 방식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됐다. 과거 생보사들은 자산 규모 확대 차원에서 저축성 상품을 다수 판매했다. 저축성 보험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로 이자를 내줘야 하는 상품으로 보험금이 부채로 인식된다. 따라서 현재 생보사들은 팔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저축성 대신 보장성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보험료 중 30%가량이 저축성으로 채워지고 있다.
아울러 금융시장 불안정 등에 따른 변액보험 실적 하락세도 생보사 순익 감소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변액보험은 보험료 일부를 주식·채권 등 펀드에 투자하고 그에 따라 발생한 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실적배당형 보험이다. 이에 금리와 주식시장 동향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여기에 경기 침체 국면 속에 장기성을 띠고 해지 환급금이 손보사보다 높은 생보사 상품 해지가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해약환급금 잔액은 20조8123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3533억원) 대비 83.3%나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손보사 순익이 생보사보다 두 배가량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며 "생보업계가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긴 어려워 한동안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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