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 박모(45)씨는 오는 10월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전셋집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고심 끝에 계약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집주인과 합의했다. 대신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노원구 소재의 아파트(전용 59㎡)는 처분을 위해 호가보다 2000만원 낮춰 부동산에 내놨다. 박씨는 "3년 전 갭투자로 구입한 노원구 구축 아파트 가격이 올 초에 비해 많이 올라 처분하고 전셋집 근처로 이사할 예정"이라며 "집값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하니 전셋집에 거주하면서 상급지 아파트 매수 시기를 노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사례처럼 최근 전국 집값이 오름세로 전환되면서 전세 물건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5만88건으로 한달 전 5만994건에 비해 906건(1.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은 8만7786건에서 9만363건으로 2577건(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현상은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도 비슷하다. 경기의 경우 같은 기간 전월세 매물이 5만8608건에서 5만3731건으로 4877건(8.4%) 줄어든 반면, 매도 물량은 14만4062건에서 14만5945건으로 1883건(1.3%) 늘었다. 인천도 전월세 매물이 1만5029건에서 1만4217건으로 81건(5.5%) 감소하는 동안 매도 매물은 2만8956건에서 3만287건으로 1331건(4.5%) 증가했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전세 매물도 급감하고 있다. 9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이날 매도 매물은 1086건으로 전세 매물(416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올 초에 비해 전체 매물이 1.5배 가량 늘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4066가구 규모의 강동구 고덕 아르테온도 전체 물량 가운데 매도 매물은 192건이지만 전세 매물은 14건에 불과하다.
부동산 시장에선 최근 거래량이 늘고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집주인들의 심리가 '팔자'로 전환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올 초 폭락했던 집값이 서서히 회복하면서 매도 희망가격에 근접하자 역전세 등 리스크를 감당하며 전월세로 내놓기 보다는 차라리 매도해 '갈아타기' 하거나 아예 자산을 현금화하는 전략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만료를 앞둔 임대인 가운데 가격만 맞으면 집을 매도하겠다는 집주인이 주변에도 여럿 있다"면서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해 역전세에 대비하느니 아예 이번 기회에 집을 팔아서 상급지로 갈아타거나 현금화해 다른 데 투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 전세사기, 깡통전세, 역전세 문제 등이 겹치면서 수도권 아파트 쏠림 현상이 늘어난 배경도 있다. 송파구의 공인중개사는 "최근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안전자산인 수도권 아파트 전세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많아졌다"며 "상급지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줄어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월세 물량 감소로 인한 집값 급등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매도 희망물량이 쌓일수록 매물이 적체돼 집값 상방에 강한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예정된 서울 및 수도권 입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많은 수준이고, 실거래가가 많이 올라오면서 매도 희망 물건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전세 매물이 줄어든다고 해서 가격이 과거처럼 폭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내년부터는 서울 입주물량이 급감하고, 올해 다주택을 처분한 매도자들이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될 여지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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