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1일 공직자들이 받을 수 있는 농수산물 선물의 상한 가액을 현행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설날·추석 명절 역시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으로 인해 특정인에서 선물로 쓸 수 있는 한도 금액은 늘어났지만, 일상생활 및 업무 현장에서의 혼선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탁금지법은 2012년 국민권익위 제안으로 2016년 9월 28일 시행되었으나, 법 시행 7년간 여러 차례 개정하면서 현장에서는 잦은 혼란을 빚어왔다.
특히 이번 개정이 경기 침체를 막고 내수 활성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이라고 하지만, 청탁금지법 도입 취지 근간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며 청탁금지법 무용론과 폐지론 등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청탁금지법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지난해 공공기관 청탁금지법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접수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는 총 1404건으로 4년 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9건 증가한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금품수수 신고 건수가 967건으로 전년과 비교해 96.9% 증가했다. 반면 부정청탁의 경우 369건으로 전년 대비 52.54% 감소했다.
최근에는 현행 교사가 업체에 돈을 받고 문항을 만들어 주는 ‘사교육 카르텔’이 주목받으면서 청탁금지법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공직자, 언론인, 국·공립·사립학교 등 법안 적용 대상자들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청탁금지법 위반에 어떤 행위가 포함되는지 여전히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단순하게 100만원을 넘는 선물을 받았다고 신고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인천에서는 교사들이 유치원 원장인 A씨에게 명절 또는 스승의 날, 생일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총 100만원에 달하는 선물을 교부했다며 신고했다가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교사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물을 했다고 진술해 A씨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경찰 단계에서 불입건 처리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과태료 처분도 면할 수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교부행위마다 교사 1인당 부담한 금액이 시행령에서 정하는 선물의 가액을 초과해 지급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A씨의 강요가 있었던 것을 증명할 수 없어 직장 내 괴롭힘 등 교사들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원활한 직무수행 등을 위한 선물 제공이라고 할 수 없다며 A씨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대륜은 "이번에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적용이 모호한 경우나 혼선으로 인한 신고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억울하게 혐의를 받을 경우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신분상 불이익도 가해지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일정한 허용 범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수사 과정에서 정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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