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재테크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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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
입력 202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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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형 우리은행 TEC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

전통 경제학은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하에 모든 경제 현상을 규명해 왔는데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르다.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는 잘못된 가정 위에 성립된 주류 경제학을 근본부터 무너뜨린 행동경제학의 거장 리처드 데일러 교수는 <행동경제학>이란 책에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에 대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질문에  새로운 답을 내놓았다.

데일러 교수는 인간의 합리성을 굳건히 믿는 전통 경제학과는 달리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주목했다. 심리학을 비롯한 여러 사회과학을 경제학 모형에 폭넓게 적용함으로써 변덕스러운 인간 행동을 더욱 정확하게 설명하고자 시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는 이미 자기 자신의 행동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은 재테크에서도 종종 많이 나타난다.

주식에 관한 유명한 고전을 쓴 멜키엘 교수는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라는 책에서 '주가라는 것이 수많은 불확실성에 의해 이동하고,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멜키엘 교수는 원숭이들이 신문 주식 페이지에 다트를 던져 맞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 전문가들의 포트폴리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이런 예시로 인간이 원숭이보다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예시가 아니라 실제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고 한다. 첫 번째, 인간은 종목 매매를 자유롭게 했지만 원숭이는 산 주식을 계속 보유했다. 두 번째, 당시 시장 상황이 상승장이었다. 이런 두 가지 조건 아래 원숭이의 투자방법은 진리라고 할 수 없었다.

필자는 20년 이상 은행에서 프라이빗 뱅킹(PB) 업무를 수행하면서 비합리적인 투자를 수없이 목도해 왔다. 시장 참여자들은 시장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생각하고 공황에 빠져 매도하거나 과열된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 없이 열광적으로 시장에 편입하기도 한다.

20년 이상 시장에 참여하면서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를 비롯해 미국 9·11 테러 사태,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으로 야기됐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등 시장은 끊임없이 하락했고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장은 다시 회복하고 또다시 최고가를 경신한다. 이런 시장의 전제는 '자본시장이 투명한 국가일 때에 한해서'다.

멜키엘 교수는 투자자들이 과신, 손실 혐오, 무리 심리와 같은 심리적 함정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건전한 자본시장은 상승과 하락, 과열과 수축 등 변동성을 나타내면서 우상향한다. 시장의 변동에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장기적인 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행동 편향을 인지하고, 주식·채권·현금과 같은 다양한 유형의 자산 투자 간 배분이 중요하다.

통화 분산을 포함한 적절한 자산 배분을 통해 개별 위험을 분산시키고, 개개인 수요에 맞는 재무 목표에 따라 탄력적이면서도 균형이 잡힌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성공적인 투자는 시장을 이기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로 시장에 꾸준히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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