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전산장애를 줄이겠다며 전산운용비를 늘렸지만 장애로 인한 민원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인 주요 증권사 25개사가 올 상반기 전산 운용에 지출한 비용은 3508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8.32%(269억원), 2년 전보다 32.36%(868억원) 늘어났다.
전산운용비는 증권업무 전산처리를 위해 사용되는 투자비용을 뜻한다. 매년 HTS와 MTS 사용자가 늘어나며 전산운용비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익 대비 투자 비중으로 봤을 때는 여전히 낮다. 올 상반기 이들 증권사 순영업손익은 3조48560억원이다. 전산운용비는 순영업손익 대비 0.77%로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산거래는 늘어나는데 관련 투자에는 인색하다 보니 전산운용 민원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들 증권사 전산운용 관련 민원 건수는 2만1372건에 달한다. 전년 동기(6049건)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DB금융투자가 1만4138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하이투자증권(5901건), 이베스트투자증권(125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인 대형사 중에서는 대신증권 33건, 하나증권 11건, 신한투자증권 6건, 미래에셋증권 5건, 삼성증권 5건, NH투자증권 4건, 한국투자증권 2건, KB증권 1건 등을 기록했다.
올해는 대형사보다 중소형사에 전산장애 민원 건수가 쏠렸다. 이는 공모주 시장이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해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위축되며 중소형사가 맡은 딜이 주를 이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22년에는 중소형사보다 대형사 민원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당시에는 대형사 중심으로 공모시장이 활성화됐다.
실제로 올해 전산장애 민원 건수가 많았던 DB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은 IPO 주관 과정에서 전산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DB금융투자는 지난 3월 바이오인프라 상장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주문과 관련해 전산장애를 일으켰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6월 진영 상장일 당시 전산지연이 발생했다.
이들 증권사는 투자손실을 본 투자자를 상대로 보상 기준 가격과 실제 체결된 매도 가격 차액에 매도 수량을 곱한 금액을 보상하기로 했다. DB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의 보상 기준 가격은 각각 4만원, 1만1000원으로 책정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산운용비 등 관련 투자비를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시기는 대부분 일반투자자 접속이 몰리는 IPO 등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라며 "일시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거나 특정 기간에만 서버를 증설하는 등 실효성 있는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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