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도미노…엔화 가치 10개월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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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9-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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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 우려에 미·일 금리차 확대 경계감

  • 골드만 경제 전망, 달러 매수·엔 매도 불지펴

  • 당국 구두개입에 반짝 회복 후 재하락

사진EPA 연합뉴스
[사진=EPA·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엔화 가치를 짓눌렀다. 연말까지 감산을 고수하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깜짝 결정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되살아났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봇(통화정책전환) 기대가 사라지며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엔화 가치는 속절없이 하락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147.82엔까지 하락하며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에 최근 침묵을 지키던 일본 통화당국이 시장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7.37엔까지 회복했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외환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을 지적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면 정부는 어떤 선택도 배제하지 않고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엔화 하락은) 기업과 가계에 불확실성을 가져오며, 이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자발적 감산을 이어가기로 밝히면서 유가가 급등하자,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이날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모두 1% 넘게 오르면서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브렌트유는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연준이 매파적 태도를 견지할 가능성을 키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5.25~5.5%에 달하지만, 일본의 단기금리는 -0.1%다. 미·일 금리차 확대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달러 매수·엔 매도에 불을 지핀 점도 엔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의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이전 예상치인 20%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이 냉각되는 속에서도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완료했다는 우리의 확신은 지난달 더욱 커졌다”며 실업률 증가, 임금 상승 둔화, 근원 물가 하락 등으로 인해 연준 당국자들이 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높은 수준의 금리를 오래 유지한 뒤 내년 2분기부터 분기당 25bp(1bp=0.01%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선까지 밀리면, 일본 통화당국이 외환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금융 서비스 기업 모넥스의 소마 쓰토무 채권 및 통화 트레이더는 “실제 개입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150선을 실제 개입이 이뤄지는 문턱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어 "미국 경제가 탄력성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 이상으로 장기간 유지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엔화 약세에 환차익과 수출 성장을 기대하는 해외 머니가 일본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닛케이 225지수(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 한 달 만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하는 3만3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도 0.6% 올랐다. 엔저 영향으로 수출 관련주가 지수를 밀어 올렸다. 일본 주요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 스바루, 혼다는 올해 들어 주가가 각각 47.42%, 48.39%, 63.38%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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