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좌담회는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레온 개티스 전 애플 헬스 AI 창립멤버(연구원) △이승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플랫폼데이터혁신국장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 △이동재 뤼튼테크놀로지스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국내외 AI 전문가가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했다.
◆AI 레이스 앞서가는 한국···"AI 반도체 확보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 조언
먼저 한국의 초거대 AI 경쟁력은 전 세계 2~3위 수준이지만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초거대 AI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방심은 금물이라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영국 시장조사업체 토터스인텔리전스는 얼마 전 한국 전체적인 AI 경쟁력을 전 세계 6위로 평가했으나 자체 기술로 만든 초거대 AI 파운데이션(미세조정 전 기초) 모델을 보유한 국가가 현재 미국·중국·한국뿐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초거대 AI 경쟁력은 전 세계 2~3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레온 개티스 연구원 주장에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은 "많은 기업이 AI 반도체 구입에 지속해서 비용을 투자하는 반면 학계에서는 AI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해 AI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소장은 "기업이 AI를 업무에 활용하려면 AI가 만들어 내는 산출물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정제화된 AI 학습 데이터세트 구축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재 뤼튼테크놀로지스 CSO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장벽이나 구축 난이도가 많이 떨어질 것이고 대신 정부·언론사와 같이 정제된 언어 데이터를 가진 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온 개티스 연구원은 수많은 AI 원천 기술을 개발한 캐나다 벡터 연구소 사례를 들며 진정한 의미에서 AI 전문가인 박사 인력 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고 다른 패널들도 이에 동의했다. 최근 홍콩과기대 데이터 과학·분석 교수로 임명된 하 센터장은 "AI 전문가 양성을 위해 단순 산학 협력을 넘어 프랑스처럼 산학 공동학위 과정을 만들고 AI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주제를 발굴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거대 AI 규제 방향을 두고 레온 개티스 연구원은 "독일에서 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AI 연구와 창업을 한 관점에서 볼 때 유럽·미국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초거대 AI 규제 방향은 극과 극이다. 유럽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미국은 빠르고 틀을 깨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패널들은 한국 사회상을 우선 규정하고 유럽·미국의 장점을 절충한 초거대 AI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소장은 "AI 업계는 자고 일어나면 새 기술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고 AI 발전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설정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 센터장은 "생성 AI는 단순히 글쓰기를 넘어 산업·금융·법률 전반을 혁신할 잠재력이 있다. AI와 기존 산업이 충돌할 때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며 "규제 중심으로 AI에 접근하면 오히려 기존 산업이 변화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플랫폼데이터혁신국장은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는 유럽 정책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초거대 AI는 자체 AI 모델이 없는 유럽식이 맞는지 조금 의문이다. 한국 상황에 맞는 AI 진흥·규제 정책을 만들기 위해 공무원들이 우선 AI 지식을 쌓을 필요성이 있다. 생성 AI를 적극 도입하는 등 공공이 우선 변해야 한국형 AI 진흥·규제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패널들은 한국 주요 산업과 AI가 조화롭게 융합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AI가 부상함에 따라 전통산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흐름에 저항하기보다는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다만 단번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만큼 기획·마케팅 등 도입하기 쉬운 부서부터 AI를 활용해 성공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소장은 "기존 산업군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예시를 발굴해야 하고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쉬운 플랫폼을 활용해야 할 것 같다"며 "AI 도입했더니 예전보다 낫더라는 성공 경험 사례를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AI 전문가들도 기존 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 트렌드에 휘말려 모든 산업권이 AI 도입에 도전하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누적되는 일을 우려했다. 사회적으로 성공 경험을 계속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 국장은 "어떤 산업권에서는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다른 산업권에서는 공정 하나가 잘못되면 전체적인 제품이 잘못되는 사례도 있다"며 "AI를 도입하기 위해 산업별로 위협이 될 수 있는 측면이 뭔지 이런 것을 분류해서 적용해야지 모든 산업에서 AI가 활용되기는 어려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 센터장은 "전통산업 관점에서 AI에 친숙해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AI 전문가들이 전통산업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그쪽을 매력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나 정부가 과감하게 인재를 발탁해 활용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AI 관련 고급 인재들이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AI 전문가를 육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챗GPT 등으로 AI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인재들에 대한 쟁탈전이 벌어진 결과다. 이에 국가적으로 AI 전문가를 양성하는 동시에 우리도 해외에서 관련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 소장은 "최근 AI가 주목을 받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AI 고급 인력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며 "많은 인재 중 상당수가 해외 기업으로 많이 이동해서 이탈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국내에서도 빅테크 기업은 장기적인 인재 관련 플랜을 운영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당장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인도나 중국에 우수한 개발자들을 우리나라로 데려올 수 있다면 스타트업들이 당장 일을 할 수 있기에 해외 우수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AI 고급 인재를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향후 AI를 활용하게 될 일반인들도 AI 활용 능력을 함양해서 국가적인 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이 CSO는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전문가뿐 아니라 전 국민이 되어야만 한다"며 "지금 국민들 대다수가 인터넷을 할 줄 아는 국가와 아닌 국가가 국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처럼 앞으로는 AI를 활용할 줄 아는 국민이 많아져야 역량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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