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재정 전문 경제통.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앞에 붙는 수식어다. 방 후보자는 여러 정부를 거치며 요직을 두루 맡은 엘리트 관료다.
다만 수출 부진 해소를 위한 산업 정책 수립·추진, 친(親)원전으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관련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를 전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실시계획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실제 청문회는 오는 13일 열린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원 포인트 개각' 이후 큰 논란이 없었던 만큼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취임 이후다. 각종 위기 상황을 극복할 컨트롤 타워의 일원으로서 적절한지, 산업부가 당면한 현안들을 속도감 있게 풀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의구심의 발단은 산업부와의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이력 때문이다. 방 후보자는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경제 관료로서 승승장구해 왔다. 박근혜 정부 때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거쳐 2차관을 역임한 뒤 보건복지부 차관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는 경남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호흡을 맞췄다. 이후 수출입은행장에 임명됐다. 이번 정부에선 초대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돼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화려한 이력과 달리 산업부 경험은 전무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신망을 받는 인물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산업부 수장으로 각종 현안을 잘 풀어 나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방 후보자 앞에는 난제가 쌓여 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원전 생태계 복원이 가장 시급하다. 방 후보자는 지명 직후 낸 소감문에서 "원전 생태계 복원 조기 완성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수순이라 야당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를 뚫어 낼 강단이 있을지 주목된다.
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짓눌린 한국전력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 책임도 있다. 한전 이슈는 우리나라 전력 수급과 직결된 문제라 중요도가 높다.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수출 마이너스 행진을 끊어 내는 것 역시 핵심 과제다. 무역수지는 간신히 흑자로 전환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가 석 달째 지속되는 중이다. 정부가 공언한 수출 플러스 전환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책적 복안이 있어야 한다. 최근 무역금융 확대, 수주 지원단 파견 등 수출 불씨를 살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가 발표된 만큼 연내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절실하다.
하지만 방 후보자의 이력은 예산 관련 보직이 주를 이룬다. 기재부 차관 시절에도 경제 정책을 주로 맡는 1차관이 아닌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2차관으로 일했다. 숫자를 예민하게 들여다보는 게 방 후보자의 장점이라면, 산업부는 통상·에너지 등 주요 사안을 묵직하게 해결해 나가는 '현장형 장관'이 필요하다. .
산업부 내부에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한다. 정부 예산을 주물렀던 기재부 차관 출신인 데다 취임이 예산철과 겹쳐 산업부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윤 대통령이 원포인트로 선택한 인사라 향후 각종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긍정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면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질 것을 걱정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역대 기재부 출신 장관들은 작은 것을 깊게 파고드는 업무 스타일을 보여 왔다"며 "산업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