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가 연내 지속된 후 내년에나 서서히 수그러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국제 유가 급등과 미국 경제 호조가 고물가의 고착을 야기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중에나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이란 분석이다.
美 경제 가장 강력…달러인덱스 6개월래 최고
6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한때 6개월 최고치인 105.03까지 오른 후 104.87로 마감했다. 달러인덱스는 7월 중순 저점 이후 한달 반 새 5% 이상 오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꺾일 기미가 없는 미국 서비스업 업황에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5로, 2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로이터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52.5)와 전월치(52.7)를 모두 웃돌았다.
최근 연일 지속되는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경제의 놀라운 활력이 유지될 것이란 낙관론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채질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올해 3분기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계절조정 연율)을 5.6%로 전망하는 등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 우려를 뚫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
외환거래업체 모넥스USA의 헬렌 기븐 외환 트레이더는 “미국 경제가 나머지 G10 국가들보다 여전히 훨씬 강하며,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은 확실히 낮다”며 “영국과 유로존이 경기 수축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를 신뢰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달러 강세 연내 지속 전망…내년에나 약세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연내 지속된 후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나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로이터가 이달 1~6일 외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1%(53명 중 43명)는 연말까지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중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불안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가 미국 연준이 오랜 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감이 달러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라보뱅크의 외환전략 책임자인 제인 폴리는 “달러 강세는 앞으로 3개월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 경제가 맥을 못 추면서 유로화가 부진한 점, 일본 역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올리지 못하면서 엔화가 추락을 이어가고 있는 점 등은 강달러 전망을 뒷받침한다.
외환 전략가들은 연준이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내년 중에나 달러 약세가 시작될 것으로 봤다. 미쓰비시UFG의 리 하드먼 수석 외환 애널리스트는 “향후 6~9개월 안에 연준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때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물가 고착과 함께 코로나19 기간 쌓아둔 초과 저축액 고갈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 경우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변수이다. 연준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들어 신중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금리가 이미 고점에 있거나 고점에 근접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인플레이션 둔화가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된다면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전날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동결을 뒷받침하는 분석도 나왔다. 시카고 연은 소속 토머스 킹 등 이코노미스트는 ‘시카고 연은 레터’를 통해 연준이 지난 18개월간 금리를 5.25%포인트 인상한 것은 경기 침체를 피하는 동시에 내년 중반까지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인 2%로 되돌리는 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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