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일본 환율 시장이 요동친다. 일본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도 진정되지 않자 환율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50엔 근처에 이르면 당국이 실개입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147.8엔을 넘어섰다. 150엔을 앞두고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강달러 환경 속에 언제 또다시 오르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엔 환율은 7월 중순 8% 이상 올랐다. 이는 곧 엔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것이다.
환율 급등에 일본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당국이 예상한 것을 뛰어넘는 것 이상으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물가 상승 등 내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유 등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일본 경제의 특성상 직격탄을 맞게 된다. 특히 올해 춘투(춘계 임금협상)에서 이뤄진 임금 상승도 물거품이 될 우려까지 나온다.
일본 당국은 구두 개입을 했지만 시장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전날 일본 재무부의 간다 마사토 재무관(차관급)은 환율에 대해 "당국은 긴장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되면 정부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간다 재무관의 발언 이후 1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47엔까지 올랐지만 밤 11시께를 기점으로 147엔 후반대로 떨어졌다. 구두 개입으로 인한 진정 국면이 하루도 되지 않아서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엔화 환율 상승세가 쉽사리 약화될 환경이 아니다. 강달러뿐 아니라 일본은행(BOJ)이 계속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날 다카다 하지메 BOJ 통화정책위원이 "우리는 인내심 있게 현재의 대규모 통화 부양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데 이어, 이날 나카가와 준코 위원 역시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시장은 일본 당국이 시장에 실개입할 수 있는 임계점을 주목하고 있다. 투자은행과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의 실개입은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50엔에 육박해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스태픈 스프랫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일본 당국이 고통을 느끼는 지점에 다가오고 있지만,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엔화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며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50엔이 될 때까지 일본 당국은 실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의 일본 시장 담당자인 토루 사사키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실개입을 한 수준을 지났다며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55엔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엔화 매수 개입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46엔을 넘어서자 일본 정부는 달러 매도 및 엔화 매수 방식으로 환시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다만 일본 당국이 환시 개입을 단행하면 환율 시장은 안정시킬 수 있지만,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지난해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2275억달러(약 160조엔)로 전년 대비 1781억 달러(12.7%)가 감소했다. 일본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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