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빅테크(기술기업)인 텐센트가 7일 초거대 AI(인공지능) 모델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AI '챗GPT'를 시작으로 구글·메타·바이두·알리바바 등 미·중 기업들 간 초거대 AI를 둘러싼 패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텐센트는 7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텐센트 디지털에코시스템 서밋(DES)에서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인 ‘훈위안(混元)’을 공식 발표했다. 훈위안은 중국어로 하늘·우주를 뜻한다.
훈위안은 1000억개 이상 매개변수와 2조개 이상 토큰(token·글자 단어 수) 사전학습 능력을 구비해 고객이 각자 다양한 수요에 맞게 AI 모델을 훈련시킬 수 있도록 했다. 우수한 중국어 이해와 작문 능력, 논리적 추론 능력, 안정적인 작업 실행 능력을 갖췄다고 텐센트 측은 설명했다.
훈위안은 이미 내부 테스트를 거쳐 텐센트 내 클라우드·회의·게임·핀테크·문서·웨이신·QQ 등 텐센트 산하 50개 이상 비즈니스와 연결돼 업무 효율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직접 훈위안을 발표한 다우손 통(湯道生) 텐센트 수석 부사장은 “텐센트가 초거대 AI 모델을 완전히 수용하는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며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는 이미 차세대 디지털 발전에 핵심 동력이며 산업 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텐센트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훈위안에 접속해 각자 비즈니스 수요에 맞게 AI 모델을 학습시켜 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훈위안은 산업용 AI 모델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기업 데이터와 통합해 생산·판매·서비스 등 기업의 다양한 업무를 지원해 금융·공공서비스·소셜미디어·전자상거래·물류 운송·게임 등과 같은 주요 산업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서비스를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이두·알리바바와 함께 '빅테크 3인방'로 불리는 텐센트는 중국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기업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4000억 달러(약 530조원)로 삼성전자보다 높다. 바이두 '어니봇(Ernie Bot·文心一言)’, 알리바바 '퉁이첸원(通义千问)'에 이어 텐센트도 초거대 AI 모델을 발표하며 첨단 테크산업 중 가장 뜨거운 생성형 AI 분야에서도 미·중 경쟁 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중국에서 발표된 초거대 AI 모델만 130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AI는 미국을 따라잡으려는 중국이 반도체 못지않게 공을 들여온 분야다. 그간 빅테크를 엄격히 규제해 온 중국 정부도 최근 규제 고삐를 풀고 생성형 AI 발전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앞서 7월 공식 발표한 기술 규제 지침에서도 "국가는 생성형 AI의 혁신과 발전을 장려하는 효과적인 조치를 구현하고 관용적인 규제를 수행할 것"이란 문구를 추가하는 등 앞서 4월 발표한 초안보다 생성형 AI에 대한 규제를 상당히 완화했다.
또 8월 말에는 바이두·센스타임을 비롯해 11개 기업에 대해 생성형 AI 출시를 처음으로 공식 승인했다. 이로써 중국 초거대 AI도 챗GPT 등 미국 초거대 AI와 본격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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