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 지침을 준수합니다."
7일 오전 찾은 강남구 압구정 현대8차 95동 뒷편 공터에서 열린 압구정4구역 설계사 수주전 현장에서는 곳곳에 이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압구정 4구역은 서울시 신통기획을 통해 최고 70층, 최대 1790가구 규모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9일까지 각 건축사무소들이 홍보관을 열고 설계 공모에 참여 중으로, 오는 16일 총회에서 설계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4구역 설계 수주전에 참여한 설계사무소는 종합건축사사무소건원(건원),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정림), 토문건축사사무소(토문),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디에이) 총 4곳이다.
건원은 '도심 속 무릉도원'을 콘셉트로 한 설계안 'AP:DO'(압도)를 제시했다. 4개사 중 가장 넓은 동 간 간격(115m)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기암절벽에 산수운이 깔려 있는 무릉도원 모습을 형상화해 구름 형태의 1.25km 둘레의 포디움(단지를 둘러싼 산책로)이 시그니처다.
정림의 '헤리티지 원'(Heritage One)은 전 가구 판상형 배치와 맞통풍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단지 한가운데 축구장 2.5배 규모의 광장을 만들고 26층에는 동 사이를 잇는 260m 길이의 '스카이브릿지'를 조성, 저층부 주민들도 한강 조망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헤리티지 원은 다른 업체들과 달리 50평대(전용면적 164㎡) 이상 대형 면적 가구를 한강과 가장 가깝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토문이 제시한 '압·구·정'은 고연령층이 많은 단지 특성을 고려, 저층부에서 고층부로 갈수록 좁아지는 파노라마뷰로 설계해 저층부 주거층에서도 한강뷰를 충분히 누릴 수 있게 계획했다. 저층부 '테라스 하우스' 28가구에는 특별히 차량을 주거 공간까지 끌고 올 수 있도록 '데저베이터(주거공간 차량 엘리베이터)'를 조성한다. '3면 발코니'로 설계, 서비스 면적을 확보해 전용면적이 28% 가까이 늘어날 예정이다.
'그랜드 힐스(Grand Hills)'를 제안한 디에이는 타 업체와 달리 중소형 면적에 거주하는 조합원들의 한강 조망을 고려했다. 디에이는 외부인을 차단하고 조합원들 독립된 공간을 보장하기 위해 조합원 단지 내 상가를 배치하지 않고 대신 갤러리아백화점 바로 옆 압구정로데오 상권에 상가를 위치시켰다.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 A씨는 "최고 70층이기 때문에 기반시설이 완벽하고 튼튼하게 설계, 시공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첨단 고급주거단지로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각사 홍보 부스 4곳은 앞서 지난 7월 진행된 압구정3구역 설계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설계사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각 부스별로 홍보 인원을 최소화하고, 개별 홍보 행위를 금지시키는 등 전시관 운영 지침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시켰다.
수주전에 나선 4곳 모두 앞서 압구정 3구역 설계 논란을 의식한 듯 설계안에서 용적률 300%를 넘기지 않았고 신통기획안을 바탕으로 계획안을 제시했다. 건원은 "신통기획 용적률을 준수하고 원활한 인허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압구정3구역 설계 수주전에서 희림건축은 설계안이 당선됐으나 서울시 신통기획 가이드라인을 위반해 논란이 이어진 끝에 선정이 무효화됐다. 이에 따라 시로부터 조합 실태점검조사를 받고 공모를 처음부터 다시 시행하게 됐다. 압구정 정비사업에서 가장 속도가 빨랐던 3구역 재건축이 차질을 빚어지면서 남은 4, 5구역이 서울시 지침을 준수하며 설계전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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