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는 7일(현지시간) 한‧중 회담을 하고 양국의 소통‧교류 강화에 뜻을 함께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국이 추진하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요청했고, 리 총리는 "적극 호응하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리 총리가 먼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가속화해서 양국의 개방성을 높이고 업그레이드된 FTA를 갖고 싶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리 총리와 만났다. 회담은 오후 3시 25분에 시작해 4시 16분까지 51분간 진행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리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따뜻한 안부를 윤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같이 협력하고 잘 지내면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의 '혈맹' 미국을 견제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또한 리 총리는 "선린우호의 원칙을 견지하며 양국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한국과 중국이 공동 이익을 증진해나가며 상호 관심사를 배려해 나가면서 서로의 원숙한 신뢰 관계를 조금 더 돈독히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윤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양국이 세계 자유무역질서 속에서 함께 성장한 역사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이 교류‧협력해온 경제관계 규범 틀을 성실하게 지켜가며 거래한다면 양자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리 총리의 역할을 기대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가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한‧미‧일 공조가 그만큼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성실하게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 북한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중국이 성실히 이행해 달라는 요청이다.
윤 대통령의 요청에 리 총리는 짧게 답변했지만 대통령실은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핵 등 외교는) 리 총리의 분야가 아니고, 취임한 지 얼마 안돼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는 문제가 존재할지라도 (양국이) 빈번하게 자주 만나 교류하고 대화해가면서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도 전적으로 호응하며 양국 고위급‧정상 간 소통을 긴밀히 이어가기로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통해 격상된 한‧미‧일 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말을 아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격적으로 성사된 이날 회동에 대해선 "양국이 서로 합의가 됐으니 만나게 된 것"이라며 "국제무대에 처음 참석하게 된 리 총리가 윤 대통령이 궁금해서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려는 마음이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단체 관광객을 허용한 것에는 "장기간 한‧중 교류가 막혀있으면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풀이했다. 양국의 인적교류가 상호 경제 활성화와 정부‧기업 간 신뢰 축적 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윤 대통령과 리 총리가 51분간 정식 회담을 하며 양국 현안을 논의한 것과 달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리 총리에게 사실상 문전박대를 당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아세안+3(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리 총리와 만났지만, '약식회동(풀 어사이드, pull aside)'에 그쳤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는 약 15분간 선 채로 대화를 나눴다. 당초 일본 정부는 정식 회담을 추진했지만 중국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시다 총리는 리 총리가 회의장 대기실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먹던 도시락을 남기면서 서둘러 찾아갔다. 기시다 총리는 "내가 말을 걸었다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 명칭 처리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중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 철폐를 요청했다. 리 총리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간 묘한 기류가 있지만, 한‧일‧중 협력과 정상회의에 대해 둘 다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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