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 본격적인 '알타시아(Altasia)'시대, 집중 아닌 효율적 분산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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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입력 2023-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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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중요

김상철 교수
[김상철 교수]


중국 화웨이가 다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이트 60 프로+’와 폴더블폰 ‘메이트 X5’ 등 스마트폰 2종을 시중에 선보였다. 이로 인해 미·중 갈등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지고 한국 반도체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 화웨이 폰에 들어간 7나노 공정의 '기린 9000S'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를 두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절반 이상 성공했다는 평가와 7nm 공정까지는 성공했지만 5nm 이하로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 향상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특히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린다. 불가역적인 선택이었지만 득(得)보다 실(失)이 많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도 일시적으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또한 동맹을 더 묶으면서 이탈 방지를 가속하면서 후폭풍이 더 거세질 태세다. 문제는 앞으로도 중국이 이런 형태의 반짝 쇼를 반복하면서 미국과 그 동맹을 흔들려는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지난 6월 중국을 다루는 방식을 ‘디커플링(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 배제)’에서 ‘디리스킹(위험 요인을 사전에 예측하고 제거)’으로 완화한다고 발표하였지만, 이는 언어적 유희 혹은 수사(修辭)에 불과할 뿐이다. 상황이 악화하여 중국발(發) 위험이 가중되면 언제든지 강경 분위기로 돌아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축적해 놓은 기술력이 훼손되거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거니 시류에 편승하여 중심을 잡지 못하면 생겨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흔히들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공급망 내에서의 중국의 위상을 축소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더 정확한 관점에서 보면 공급망의 분산 혹은 다변화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만큼 반사이익을 보는 측이 반드시 생겨나기 마련이다. 신흥국들이 중국 편에 서지 않고 오히려 미국 편에 동조하는 이유도 중국이 누리던 지위를 자신들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은 조종자로서 중국에 들어간 기업을 자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과 주변국과 미국 편에 서는 동맹국으로 이전시키는 니어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한다.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을 줄이고 수입 상품 다변화로 신흥국의 입맛을 자극한다.
 
중국의 물밑 대응도 만만찮다. 전면전으로의 확대는 자제하면서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미래 기술에 대한 우월적 수준을 과시하면서 미국의 신경을 날카롭게 한다. 화웨이가 사용한 최신 D램 반도체를 두고 반도체 자급에 성공했다고 외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재까지의 조사 경위를 보면 중국 측이 SK하이닉스 칩을 우회 수입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으로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애국 소비를 적극적으로 부추긴다. 우선 공무원을 대상으로 애플 폰 사용을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보복에 들어갔다. 중국 시장에서 19%의 점유율을 가진 애플엔 치명적이며, 실제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로 번지고 있을 정도다. 친중(親中) 행보를 보이는 애플의 타격이 어디까지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단순한 탈(脫)중국 아닌 다변화라는 키워드에 맞춘 新전략 필요
 
공급망 다변화와 관련해서도 미·중은 물론이고 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국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미국의 전략은 중국 힘 빼기다. 중국은 이에 맞서 신흥국 내지 제3세계 국가를 규합하면서 또 다른 공급망 체계 구축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현재까지 전개되고 있는 상황만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표면적으로 미국의 전술이 중국보다 앞선다. 상대적으로 중국과 이해관계가 복잡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편으로 기우는 모습이 확연하다. 중국을 대신 혹은 대체할 수 있는 아시아의 대안적 공급망으로 ‘알타시아(Altasia, Alternative+Asia)’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대항마 격인 미국판 일대일로까지 등장하면서 중동·아프리카와 동유럽까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조짐이다.
 
지난주 인도네시아의 ‘ASEAN+3’과 인도의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미국이 훨씬 돋보였다. 중국의 불편한 심기는 시진핑 주석의 불참으로 드러났다. 보란 듯 인도는 중국이 누리던 ‘세계의 공장’을 접수할 수 있다는 의욕을 과시했다. 30년 전의 중국을 보듯 인도로 몰려가는 글로벌 기업의 행군이 예사롭지 않다. 2분기 성장률이 무려 7.8%에 달해 중국을 압도한다. 인도네시아는 ASEAN 최대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도와 베트남에 쏠린 구미 혹은 한국·일본 기업 유치에 총력을 경주한다. G20 종료 후 연이어 베트남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베트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 중국 포위 구도가 한층 강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경제에 활력을 붙이기 위한 베트남 당국의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또 눈길을 끈 것은 EU에 이어 14억 인구 아프리카연합(AU)이 두 번째 단체 자격으로 G20 회원국에 합류한 것. 인도·태평양 시대에 글로벌 사우스 지역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 시장 아프리카의 잠재력은 벌써 달아오르는 중이다. 또 다른 지역 맹주를 노리는 인도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질서 재편 과정에서 우리가 숙지해야 할 것은 공급망 재편이 단순한 탈(脫)중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와 같이 중국이나 베트남 등 특정 국가에 우르르 몰려가는 방식으론 변화하는 정세에서 실패할 공산이 크다. 수출 시장 다변화와 더불어 해외 공급망 거점 구축도 효율적 분산이 중요하다. 기존 중국과 베트남에 새로 부상하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정식 FTA를 체결한 필리핀 등을 시야에 넣어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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