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과 소상공인 간 관계를 '갑을 관계'로 보고 현재 플랫폼에 대한 다양한 규제들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의 순기능에 오히려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상공인이 플랫폼에서 누리는 매출 신장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진행된 '플랫폼 경제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 토론회에서 신순교 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정책국장은 "많은 중소 사업자들도 온라인으로 판로를 짜거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등의 형태로 사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플랫폼은 중소상공인들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 넓은 고객층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고객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해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더 잘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신순교 국장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해 실제 소상공인들의 매출 등이 크게 늘어났다고 봤다. 신 국장은 "2019년 대비 2021년 영세·중소 사업자의 매출 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오프라인만 운영하는 사업자의 매출은 약 15% 가량 감소한 반면 플랫폼을 병행해 운영하는 사업자의 매출은 2배 이상 증가했다"라고 짚었다. 또 플랫폼을 병행해 운영하는 사업자의 점포당 매출액은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프라인만 운영하는 사업자의 점포당 매출액이 약 10% 가량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 국장은 "최근 3년간 영세 사업자에서 중소 사업자로 등급 상향되는 평균 비중을 분석해 봐도, 플랫폼 입점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사업자 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오프라인만 운영하는 사업자보다 두 배 이상 높다"라고 짚었다.
엄영호 동의대학교 교수는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중소상공인들에게는 플랫폼 기업만이 어찌 보면 생존을 위한 유일한 전략이었던 셈"이라고 짚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오히려 늘어난 점이 그 주요한 사례다. 그런 점에서 엄영호 교수는 플랫폼이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회적 난제'라고 부르는, 일반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풀 수 있는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짚었다.
그런 점에서 엄 교수는 최근 정부 등에서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플랫폼에 대한 여러 규제들이 논의되는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의 장점들과 여러 기여에도 부작용들이 많이 이슈가 되고 있다"라며 "산업이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긍정적·부정적 측면에 모두 있겠지만, 규제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입점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모든 필수 기재사항을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현재 비슷한 내용의 법안 10여개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들어선 이후 처음에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를 검토했으나,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온플법이 다시 논의되는 상황이다.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플랫폼은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기존의 법률로 규율이 가능해 별도의 사전규제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효율성과 경쟁제한우려를 비교해 따져보지도 않고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산업성장뿐만 아니라 소비자 이익도 저해한다"고 짚었다.
신순교 국장도 국내 플랫폼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소상공인 전체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 국장은 "소상공인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온플법이 검토되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무리한 규제 도입으로 인해 플랫폼 시장이 쇠퇴한다면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고, 해외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정책에 따라 높은 수수료 등 각종 '갑질' 문제가 현실화된다면 결국 소상공인들에게 더욱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 국장은 "플랫폼 자율규제를 통해 마련된 수수료 동결, 상생 사업을 통한 비용 지원, 빠른 대금 정산 등이 소상공인들에게는 당장의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책이 될 수 있다"라며 "이러한 지원 방안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플랫폼 규제가 자칫 국내 플랫폼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민수 교수는 "(같은 규제라도) 보통 국내 사업자들이 규제의 제약을 더 많이 받고 규제 순응도도 높다 보니 해외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해 역차별 문제가 생기게 된다"라며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 경쟁의 형평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자국 플랫폼이 해외 플랫폼에 비해 보통 국내 고용효과,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더 크고, 국내의 여러 사회경제정책들에 대한 준법수준도 높다는 점에서 전체 경제에 기여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자국 플랫폼에 더 큰 제약을 가하는 각종 규제들로 인한 역차별은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훼손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