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곡은 작곡가들이 본인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두 담아 여러가지 형태로 꾸며낸 것입니다. 라흐마니노프를 더 잘 들려드리기 위해 메인 곡으로 두 변주곡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3년 만에 데카에서 발매한 새 앨범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Rachmaninoff, A Reflection)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12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특별한 마음을 전했다.
이번 앨범에는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단 두 개의 변주곡인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로맨틱한 선율로 널리 사랑받는 첼로 소나타의 피아노 편곡 버전 3악장,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편곡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 전주곡 작품번호 3번 중 2번, 23번 중 5번 총 6곡이 담겼다. 앨범 전반적으로 서정적인 선율과 격정적인 선율이 절묘한 균형을 맞췄다.
커티스 음악원을 다니던 17~18세에 선우예권은 스승인 세이무어 립킨에게 처음으로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배웠다.
선우예권은 "그는 따뜻한 은사님이다. 선생님의 소리가 지금도 귀에 남아 있다"라며 "이 곡을 통해 표현력을 키워나가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감정적으로 가슴을 끓게 하는 작곡가다"라고 회상했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선우예권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줬다. 2017년 한국인 최초로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안겨준 곡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선우예권은 "라흐마니노프는 현대 피아노를 너무 잘 아는 작곡가다. 물감을 가지고 다양하게 색칠하고, (연주자가 표현할 수 있는) 재료를 남겨뒀다. 그만큼 연주자가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며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들으면 넓은 바다를 저공비행 하는 느낌이 든다. 길게, 길게 호흡하는 부분이 곡선을 이루는 게 아니라, 선율 안에서 힘의 완급 조절이 이뤄지는 게 특징적이다. 그 힘의 밸런스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6월 이틀 동안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이 앨범을 녹음할 당시 선우예권은 빡빡한 일정 속에 미뤄둔 예비군훈련까지 받느라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다. 부비동염과 편도선염에 고열까지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한다. 선우예권은 "앨범 녹음 중 수액을 맞은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만족할만한 결과를 냈다. 선우예권은 앨범에 관해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애정이 간다. 마치 아이 같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특별한 앨범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최진 레코딩 프로듀서 등 함께 앨범을 만들어준 관계자들에게 고개숙였다.
선우예권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총 11번 전국 투어 리사이틀 무대에 선다. 서울 공연은 10월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선우예권은 "2020년 모차르트 음반을 내고 전국 리사이틀을 했을 때 코로나가 심했던 시기라 공연장의 30%에만 관객을 모실 수 있었다"며 "올해는 사인회를 통해 팬들을 직접 만나 인사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점이 기대가 된다"고 환하게 웃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