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 우려에 국제 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경제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1.42달러(1.6%) 오른 배럴당 92.06달러로 마감하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55달러(1.8%) 오른 배럴당 88.84달러를 찍으며 90달러 선 돌파를 앞두고 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고수하면서 국제 유가는 6월 말 이후 25% 넘게 오르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부족 관측에 힘을 실은 데다 산유국 리비아가 폭우로 주요 원유 수출항 4곳을 임시 폐쇄했다는 소식이 유가를 자극했다.
OPEC은 이날 9월 월례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선방하는 점에 비춰 올해 4분기 하루 33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OPEC은 "지속적인 세계 경제 성장이나 특히 관광과 항공 여행, 차량 이동이 꾸준히 회복하는 것을 고려할 때 석유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내년에도 중국의 지속적인 상황 개선 속에 견고한 세계 경제 성장으로 석유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유가 상승 전망에 힘을 보탰다. EIA는 단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향후 몇 달간 글로벌 원유 재고 하락이 유가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기존 배럴당 86달러에서 93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라쿠텐증권 원자재 애널리스트인 요시다 사토루는 “OPEC의 낙관적 수요 전망과 EIA의 글로벌 원유 재고 감소 예측이 향후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 전망을 강화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중국 수요 감소 우려에 따른 하방 압력도 여전하기 때문에 유가의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8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경제 연착륙을 안심하기 이르다는 경고도 나온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개인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낙관적인 전망보다 조금 더 고착화할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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