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증가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유지되는 데다, 신용대출까지 2년여 만에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담대 수요도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가계부채 위험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6216억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809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 종류별로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담대가 보름 사이 6176억원(514조9997억원→515조6173억원) 늘었다. 이 중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담대도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기간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50년 만기 상품 대출 잔액은 3조9749억원으로 이달 들어 1조1739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선 주담대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당국이 각 은행에 인력을 파견해 '가계대출 현장 점검'까지 벌인 점 등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판단, 이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이후 일부 은행들은 이를 의식해 이달부터 50년 만기 상품의 DSR 산정 과정의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해 한도를 줄이거나, 만 34세 이하 등 연령 제한을 두기도 했다.
아울러 신용대출도 지난달 말 108조4171억원에서 이달 들어 108조7616억원을 기록하며, 3445억원 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 2021년 11월 기록한 3059억원 증가세 이후 이달 1년 10개월 만에 처음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반등하게 된다.
일각에선 하반기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담대 수요도 가계대출 관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 수준보다 낮은 '역전세'가 최근 급증하면서, 모자란 보증금을 메우기 위한 집주인 대출 역시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5대 은행의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도 올해 1월 4717억원에서 8월 7255억원으로 54%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이 지난 7월 보증금반환대출에 한해 DSR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게 하는 등 임대인들의 규제를 완화해준 점도 관련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DTI는 연 소득에서 매년 은행에 갚아야 하는 주담대 원리금과 다른 대출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는데 DSR과 달리 주담대를 제외한 다른 부채는 원금을 제외한 이자 상환액만 고려한다. 당국은 다른 대출이 없고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집주인이 대출금리 4.0%, 30년 만기로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기존보다 대출 한도가 1억7500만원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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