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파업까지… 美 기업, 3분기 실적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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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원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3-09-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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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항공사들, 3분기 실적 전망 하향…고유가에 인건비 상승

  • 전미자동차노조, 미국 '빅3' 자동차업체들에서 동시 파업 개시

  • 유가 상승과 인건비 상승으로 비용 증가 압박

파업에 나선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근로자들사진AFP연합뉴스
파업에 나선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근로자들[사진=AFP·연합뉴스]

고유가에 인건비 상승까지. 이중고가 겹친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건 단연 항공사들이다. 델타항공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종전의 2.20~2.50달러에서 1.85~2.05달러로 하향했다. 델타항공은 연료 비용과 유지 보수 비용 증가를 실적 전망 하향 이유로 들었다. 이외에도 아메리칸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알래스카항공 등 미국 내 주요 항공사들이 연이어 실적 전망을 내렸다. 심지어 스피릿항공, 프론티어항공의 경우 실적이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항공사들이 이처럼 실적 전망을 연이어 하향한 것은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CNBC가 미국항공운송협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12일 기준 미국 주요 공항들의 항공유 가격은 갤런 당 3.42달러로 이는 2개월 전에 비해 38%나 오른 수준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는 작년 기준 항공사 영업 비용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항공사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에 항공사들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메리칸항공은 실적 가이던스에서 연료 비용이 7월 이후 "상당히 늘어났다"며 실적 전망치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 여름 휴가 시즌 후 여행 비수기로 진입함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구매력 약화 여파로 인해 유가 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건비 상승
기업들의 실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유가 상승만이 아니다. 근로자들의 파업과 그에 따른 경영 차질 및 인건비 상승 등도 기업들의 부담을 늘리는 요소이다.

아메리칸항공의 경우, 지난 달 조종사와의 임금 단체교섭 협상에서 즉각적으로 조종사 급여 21% 인상 등을 포함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로 인해 아메리칸항공은 9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이외 유나이티드항공 등도 임금 최대 40%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임금 협상을 완료했다.

또한 글로벌 물류업체인 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UPS)는 가까스로 근로자 파업을 면한 가운데 지난 달 34만명의 근로자들과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임금 인상 방안에 합의했다. UPS는 이로 인해 올해 하반기에만 5억 달러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더욱이 15일부터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제너럴모터스,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공장 각각 1곳씩, 총 3곳에서 동시 파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미국 주요 자동차업체들에서 동시에 파업이 일어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UAW는 임금 40%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업체들은 약 20% 수준의 임금 인상을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UAW는 자신들의 요구 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전사적 파업까지 실시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자동차업체들에게 근로자 급여 개선을 촉구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장기화할 수록 그 손해가 늘어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미국 컨설팅업체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은 자동차 3사 근로자들이 10일간 전사적 파업을 단행할 경우 미국 경제 손실 규모는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영화계의 중심지인 헐리우드 마저 파업 흐름에 휩싸였다. 미국작가조합(WGA)이 이미 5월부터 파업을 개시했고,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 7월부터 파업에 동참한 가운데 미국 주요 영화업체인 워너브러더스는 올해 매출액이 최대 5억 달러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근로자들의 파업은 하반기 들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달 미국 근로자들의 파업 시간은 총 410만 근로일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이는 2000년 8월 이후 23년래 최대치이다.

따라서 한층 가팔라진 유가 상승과 파업이라는 이중고가 겹친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전망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의 헬레인 베커 선임 연구원은 "지금까지 타결된 임금 협상은 매우 비싸게 체결됐다"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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