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기불황에...폰보다 뜨거운 '폰케이스'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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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9-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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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폰은 너무 비싸···" 케이스 바꿔 '대리만족'

  • 1년에 평균 12개씩 구매...연간 30조 시장

  • 휴대폰 교체주기 1년→3년7개월

  • 경기불황·고성능·제품 동질화 등 이유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에서 중국인들이 올린 스마트폰 케이스 수집 영상 사진샤오훙수 캡처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에서 중국인들이 올린 스마트폰 케이스 수집 영상. [사진=샤오훙수 갈무리]

중국 IT 회사에 다니는 1990년대생 직장인 허씨는 지난 10년간 스마트폰을 4번 바꾼 사이에 케이스는 무려 200개 가까이 샀다. 그는 "폰은 2년에 한 번씩 바꾸는데, 케이스는 매년 10여 개씩 산다. 최소 한 달에 한 번꼴로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출시된 애플 아이폰15도 새로 살 생각이 아직 없다고 했다. 폰케이스만 바꿔도 충분히 기분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기 불황에 휴대폰을 새로 교체할 여력이 없는 중국 청년들이 폰 케이스를 자주 바꾸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불황 속 폰케이스 경제가 활황을 띠는 배경이다.
 
"폰은 너무 비싸···" 케이스 바꿔 '대리만족'
중국인의 폰케이스 구매 열기 속 17일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실시간 검색어에는 '청년들이 폰케이스 교체에 중독된 이유(這屆年輕人為何對換殼上癮)'가 1위에 올랐을 정도다. 중국 누리꾼들은 "차도 못 사고 집도 못 사고, 폰케이스나 바꿔야지", "폰을 새로 살 돈이 없어 케이스라도 바꿔 기분을 낸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9~10월은 휴대폰 시장 성수기인 만큼 폰 케이스 구매 열기가 유독 뜨겁다. 이달 들어 화웨이가 메이트90 프로를, 애플이 아이폰 15를 발표하는 등 신규 모델이 줄줄이 출시돼 한동안 가라앉아있던 중국 스마트폰 구매 열기에 불을 지폈다. 새 모델을 구매할 예정인 중국인들은 출시 전부터 미리 폰케이스를 준비할 정도다. 

아직 메이트90 프로와 아이폰15의 사전 예약판매 기간인데도 타오바오나 징둥 등 온라인쇼핑몰에선 이들 모델 전용 폰케이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평균 가격대는 20위안부터 100위안으로 형성돼 있다. 

부유층 소비자를 겨냥한 폰케이스도 있다. 루이뷔통, 버버리, 구찌 등 명품 브랜드에서도 명품 폰케이스를 출시하는가 하면, '케이스티파이'라는 홍콩 업체처럼 '폰케이스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브랜드도 인기다. 

중옌푸화(中研普華)산업연구소의 '2022~2027년 중국 폰케이스 시장 보고서'는 "중국에서 폰케이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10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매년 12차례 이상 케이스를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폰케이스 평균가를 개당 15달러로 계산한다면, 폰케이스 시장 규모는 매년 225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경기불황·고성능·제품 동질화 등 이유
이는 최근 중국인의 휴대폰 교체주기가 점차 길어진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2022년 휴대폰 교체주기는 43개월(3년 7개월)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은 1년에 한 번씩 새로 휴대폰을 교체했었다. 

젊은층이 폰을 바꾸지 않는 데에는 경제적 요인이 크다. 최근 높은 실업률 등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휴대폰을 자주 교체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16.7% 수준이었던 16~24세 중국 청년 실업률은 지난 6월 21.3%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용량 메모리, 신속한 운영체제(OS), 오래 가는 배터리, 고화 카메라 등 휴대폰 성능이 예전보다 좋아져 굳이 교체할 이유를 못 느끼는 것도 이유다. 중국인 류씨는 "속도가 너무 느리고 배터리 수명이 짧아 5년 전 아이폰7을 구매했다"며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이 1064명의 30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최신 스마트폰 소비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2.2%가 휴대폰 구매에 관망세를 보였다.  만족스러운 성능, 새 모델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성능이 만족스러워 새로 구매할 이유를 못 느낀다는 게 그 이유다. 

매번 신규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이전 모델과 뚜렷이 비교되는 기술 혁신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IT업계 거물로 불리는 뤄융하오는 "아이폰 14와 15는 번호가 바뀐 것 외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애플의 혁신 부족을 신랄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 경기 불황에 휴대폰 교체주기까지 길어지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계는 불황에 빠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30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전체 휴대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2.6% 감소한 2억7200만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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