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주 주가가 줄하락하고 있지만 개인은 여전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폭등했던 대다수 종목의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 가까이 내렸지만 개인 매수세는 1조원이 넘는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기차 수요 둔화, 양도소득세(양도세) 매물 출회 가능성에 당분간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2958억원어치를 순매수한 POSCO홀딩스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2155억원, 포스코퓨처엠은 1217억원을 사들이는 등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 이차전지 밸류체인(배터리 셀, 양극재·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업체들이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이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투자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개인은 에코프로비엠(1867억원), 에코프로(1285억원), 엘앤에프(1019억원), 포스코DX(825억원)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관련 TIGER 2차전지소재Fn 상장지수펀드(ETF)도 47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여전히 개인들의 매수세는 집중되고 있지만 주가는 내리막길이다. 이달 0.86% 오른 POSCO홀딩스를 제외하면 주가 상승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포스코DX는 0.89% 하락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5.51%, 9.12%, 떨어졌다. 엘앤에프도 9.31% 내렸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13.71%, 29.20% 급락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연고점과 비교하면 이차전지주의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엘앤에프는 연고점 대비 44.52%, 포스코퓨처엠은 41.14%, POSCO홀딩스는 23.56%, 포스코DX는 14.20% 내렸다.
'에코프로 형제'의 하락률은 더욱 크다. 에코프로비엠은 52.05%, 에코프로는 42.17% 밀렸다. 에코프로는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100만원을 돌파한 지난 7월 18일 이후 2개월 만에 90만원선 마저 내줬다.
이 같은 주가 약세에도 개인들은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성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조만간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대와 달리 주가 반등세는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수혜 기대감에 배터리 소재 업체의 주가 급등이 나타났지만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IRA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면서 IRA 수혜 모멘텀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이차전지주에 대한 수급 강도가 약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초부터 이차전지 급등세에 코스닥은 코스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이제 반대로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시장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20%로 큰 삼성전자의 실적이 회복됨으로써 종목장세가 끝나고 지수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1%대에서 3분기 6%, 4분기 9%를 지나 내년 1분기부턴 두 자릿수로 복귀할 것으로 추정된다.
양도세 회피 목적의 매물 출회도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수익률이 높았던 이차전지주의 경우 연말로 갈수록 개인투자자들이 양도세 회피 목적으로 매도에 나설 확률이 높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양도세 매물 회피심리까지 더해지며 반도체 업종이 주도하는 코스피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환경에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