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시작을 알린 지난 7월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이 주축을 이루는 국내 산업 구조 특성상 산업용 전력을 적게 썼다는 건 제조업 경기와 기업 활동의 동반 위축을 의미한다.
대내외 불안 요인에도 굳건히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반등)' 전망을 유지 중인 정부의 기대감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17일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7월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2만4939GWh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 감소했다. 올 들어 월별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지난 2월을 제외하고 전년 동월 대비 줄곧 감소했다. 7월 감소율은 5월(-4.0%)을 뛰어넘는 최대 폭이다.
공장 가동 상황 등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통상 경기 선행 지표로 통한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철강, 석유화학 등의 경우 전력 사용 규모로 업황을 읽을 수 있다. 전력을 적게 쓰면 불황의 징조다.
실제 7월 산업용 전력 중 제조업에 투입된 규모는 2만2415GWh로 1년 전보다 5.1% 줄었다. 지난 3월(-4.4%)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 분류별로는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이 514만6577㎿h로 전년 동월(558만8122㎿h)보다 8.57% 줄었다. 같은 기간 철강 등이 포함된 1차 금속 산업은 263만6636㎿h로 10.86% 급감했다. 화학도 358만8371㎿h로 1.34% 감소했다.
7월 수출 실적과 대동소이한 흐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통계를 보면 7월 수출은 503억3000만 달러로 16.5% 감소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33.6%)와 석유화학(-24.5%), 철강(-10.2%), 디스플레이(-4.6%) 등의 낙폭이 컸다. 대부분 전력 다소비 업종으로 분류된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와 수출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제조업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크게 줄어든 건 제조업 분야가 많이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전망하는 상저하고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게 현실적인 기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도 "산업용 전력 수요 감소는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라며 "다만 여름 휴가나 조업일수 감소 등 주변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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