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외신들은 미국 등 서방의 경고를 무시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북한·중국·러시아와 한국·일본·미국 진영의 '신냉전'이 심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4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이 옛 소련제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을 막을 경우, 중국이 북·러 무기 거래를 용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승리를 원하지만 대외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도울 수 없지만,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얻는 것이 많아 북·러의 무기 거래를 눈감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접촉도 뒤따를 예정이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18일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한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역시 올해 안에 열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 축소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만큼 북·중·러 3각 공조의 향방은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NYT)는 16일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양국 관계를 급격히 진전시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면 둘 다 중국에 덜 의존하게 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북한의 핵 프로그램 억제에 대한 글로벌 협상에서 중국이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도 지난 7월 북한에서 열린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열병식에 중국이 최고 지도부를 파견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 내에 '북·중·러'라는 틀로 엮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했다.
북·러 간 무기 거래가 현실화할 경우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 소식 전문지인 '유엔 디스패치'의 마크 레온 골드버그는 지난 11일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무기 거래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핵 개발 야망을 막으려 했던 지난 15년간의 외교적 노력이 뒤집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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