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저비용' 대회로 치르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작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당초 계획과 달리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아시안게임이 진짜 '저비용' 대회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중국 관영 신화사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함에 있어 비용 감축에 역점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경제 동력이 당초 예상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다 비구이위안발 부동산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전과 같이 막대한 지출을 통해 중국의 위상을 드러내기 보다는 내실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조직위)의 쉬빈 언론홍보국장은 이번 대회를 "가능한 검소하게"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에 사용되는 총 56개 경기장 중 44개는 기존 경기장을 증축 및 개축한 것이고 12개만이 신축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경기장은 아시안게임 폐막 후에도 상업 용도 시설로 사용될 것이라고 쉬 국장은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조직위는 경기장 증·개축을 위해 약 102억 위안(약 1조86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및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 정부가 작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385억 달러(약 51조원)를 사용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경기장 등 인프라 건설에 들어갔다고 추산했다. 앞서 2008년 열린 베이징 하계올림픽에는 총 2900억 위안(420억 달러, 약 52조8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고, 그 중 60%가 넘는 1800억 위안(약 32조7600억원)이 경기장 등 각종 인프라 개발 등에 사용됐다.
물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규모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조직위의 언급대로라면 이번 아시안게임에 들어가는 비용이 이전 주요 대회들에 비해 대폭 감축된 모습이다.
쉬 국장은 "우리가 지출한 금액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우리는 비용을 가능한 감축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을 짓기에 앞서 우선 기존 시설을 개조하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회 후에) 해당 시설들이 유휴 상태로 있을 가능성은 없다"며 "이번 대회 후에 많은 사람들은 그곳에서 회의를 열거나 심지어는 결혼식을 열 것이다. 아시안 게임 이후 그곳들은 명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조직위에 따르면 선수촌 내 모든 아파트는 이미 주택 구매자들에게 판매가 된 것들로, 아시안게임과 내달 있을 아시안패러게임(장애인 아시안 게임) 이후 구매자들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이는 한국이 서울올림픽 및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선수촌을 건설했을 때 사용한 것과 같은 방식이기도 하다.
'저탄소', '스마트' 아시안게임
또한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환경 친화적인 '저탄소' 대회로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전기차 보급을 통해 탄소 배출 절감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교통, 물류 등 측면에서 친환경 기술을 접목해 '녹색' 대회로 치른다는 계획이다.이에 선수촌에는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차량-그리드(V2G) 기술을 이용한 고전력 충전 스테이션을 중국 내 처음으로 설치했고 거리에는 햇빛을 사용한 조명, 경기장에는 물 낭비를 막기 위한 물 재활용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심지어 개막식에서는 전례를 깨고 불꽃 놀이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직위 측은 전했다. 전력원의 경우, 화석 연료 대신 청정 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관영 신화사는 보도했다.
쉬 국장은 "아시안게임의 모든 경기장은 청정 에너지, 특히 주로 중국 북서 지역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전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이는 탄소 배출을 크게 절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조직위는 '알리바바의 도시' 항저우에서 중국의 기술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스마트'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예로 경기장 근처에는 시속 50㎞ 이하로 달리는 자율 주행 버스가 운행돼 방문객들을 운송하게 된다.
다만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조직위의 공언대로 대회가 운영될 것인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의문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저비용' 대회가 실제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다.
중국은 작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대회 예산이 39억 달러(약 5조1600억원) 수준이라며 '저예산' 올림픽을 표방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통해 그 영향력을 과시하길 원함에 따라 비용 지출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이에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총 예산이 당초 계획의 10배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당시 홍콩도회대학 리자오지 비즈니스 스쿨의 브라이언 치우 스포츠 경영학 조교수는 "이번에는 상징적 의미가 중국에 더욱 중요하다"며 "그들은 전 세계에 자신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자신들의 국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이 외양을 택할지, 내실을 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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