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미국, 새로운 관계의 장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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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기자
입력 2023-09-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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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이 바이든 대통령 환영식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
지난 10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당 서기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맞아 환영식을 갖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일정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서기장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방문에서 미국·베트남 정상은 양국 외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면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양국 간 관계에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 속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 낌 응옥 베트남 외교차관 사진베트남통신사
하 낌 응옥 베트남 외교차관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의 관점에서 바라본 바이든 방문 

하 낌 응옥(Ha Kim Ngoc) 외교부 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계획대로 진행돼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쫑 서기장을 미국으로 초청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서기장이 방문하지 못했고, 이에 쫑 서기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베트남으로 초대했다.

미국 측은 베트남 방문을 진행하기 위해 대통령과 부통령의 외교 활동 일정을 조정하는 등 유례 없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신 보냈고, 베트남 방문을 위해 인도에서 열리는 G20 회의 일정을 단축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쫑 서기장은 양국 간 외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면서 향후 10년간 협력의 주요 방향을 제시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는 정치외교, 경제무역 등 총 10개의 분야에 걸쳐 양국 관계의 모든 협력 분야를 제시한 매우 중요한 선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양국 간 협력이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더욱 깊고 실질적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문 기간 중 베트남의 4대 지도자(서기장, 국가 주석, 총리, 국회의장) 모두와 회담을 가졌다. 또한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베트남 국회청사에 방문해 국회의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 참전용사들의 전쟁기념품 수여식에 임석하기도 했다. 이는 공동선언문의 내용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베트남의 정치제도와 베트남의 지도부에 대한 존중을 나타낸 것이다. 

하 깜 응옥 차관은 외교 관계 격상으로 말미암아 양국 모두가 장기적이면서도, 즉각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베트남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를 효율성과 현실성 측면에서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을 갖고 있으며, 미국은 지역 내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파트너인 베트남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아세안 및 지역 전반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동남아시아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 응우옌 칵 장(Nguyen Khac Giang)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디리스킹(위험제거)에 나서면서 공급망을 우호적 파트너들로 전환하는 전략(프렌드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며 “베트남과 미국 간 관계 격상은 이러한 전략적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이 기대할 수 있는 우선적 효과는 경제 현대화 및 첨단 기술 공급망 참여이다.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베트남의 첨단기술 인력 양성과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베트남은 반도체 생태계의 급속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양국은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더욱 개방하며 무역 및 경제 정책을 지원하고, 시장 접근 장벽을 해소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일정과 공동선언문 내용에서도 양국 관계 내 우선순위가 분명히 드러난다. 공동선언문에서는 경제-무역-투자와 과학기술, 창조혁신 및 인프라 개발, 인적 자원 개발 등에 대한 협력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과 팜 민 찐 총리가 참석한 비즈니스 원탁 회의는 이번 방문 일정의 핵심 활동으로, 향후 양국 관계의 핵심적인 축 중 하나를 보여주었다는 평가이다.
 

응우옌 푸 쫑 서기장과 바이든 대통령 회담 사진베트남통신사
응우옌 푸 쫑 서기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사진=베트남통신사]

 

국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바이든의 베트남 방문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및 양국 외교 관계 격상은 세계 여러 곳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양국 간 협력이 지역 및 세계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오리건주 민주당)과 밴 홀런 상원의원(메릴랜드주 민주당)은 베트남·미국 간 새로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대한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공동 발표를 했다. 양 의원은 베트남·미국 관계의 기초는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양국 간 화해를 촉진하려는 노력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양국 관계 격상이 지뢰 제거, 다이옥신 해독 프로그램 등 전후 피해를 극복하는 데 있어 미국의 이해와 의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또한 양국의 이익을 위해 현대 기술과 녹색 에너지 분야를 포함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 동남아시아센터 베트남 수석 전문가 앤드류 웰스당(Andrew Wells-Dang) 박사는 워싱턴에서 열린 베트남통신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양국 정부 간 신뢰와 협력, 외교 발전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독보적인 양자 외교 관계로써 그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안 측면에서도 미국·베트남 협력 강화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도네시아 외교 정책 공동체(FPCI)의 연구분석국 캘빈 퀘(Calvin Khoe) 국장은 베트남·미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준으로 격상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는 아세안과 미국과의 관계와, 아세안의 포괄적 발전, 지역 내 평화와 안정, 번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캘빈 국장은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양국 간의 협력 내용은 물론 새로운 프레임워크, 프로젝트, 프로그램이 라오스에서 캄보디아까지, 또한 태국에서 동남아 전체에 이르기까지 큰 파급효과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은 새로운 산업 단지를 통해 첨단 기술로 전환을 강력 추진하면서 경제 효율성, 투자 및 산업 생산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있다” "베트남은 높고 안정적인 성장률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촉진시키고 아세안은 물론 동남아시아 전체 지역을 연결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하비비(Habibie) 연구 센터 소장이자 지역 내 권위 있는 연구 기관인 인도네시아 외교 정책 공동체(FPCI) 공동 창립자인 듀이 포튜나 안와(Dewi Fortuna Anwar)는 베트남과 미국 관계의 격상을 환영하면서 이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양국 간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 역시 베트남과 미국 간 관계 격상을 보도하며 이를 양국 관계의 이정표로 간주하고 지역에서 베트남의 역할을 강조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과의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지정학적 경쟁과 변화 등 일련의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무역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양국이 이번에 관계를 격상해 경제, 반도체, 인공지능(AI), 안보 등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한편, 닛케이신문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양측이 서로의 정치 제도와 독립성을 존중하기로 합의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이 지역 내 미국 파트너들 사이에서 베트남의 주도적인 역할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대변인은 미·베트남 관계를 "세계에서 중요한 지역에서의 중요한 관계"로 평가했다.
 

베트남항공과 보잉사 간 MOU 체결식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항공과 보잉사 간 MOU 체결식 [사진=베트남통신사]

 

협력 효과 가시화

양국 간 협력은 이미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기간 중 양국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많은 계약과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베트남항공과 보잉그룹은 100억 달러 상당의 보잉 737 MAX 항공기 50대 구매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항공기는 2027~2030년 기간 중 인도될 예정이다.

같은 날 비엣젯항공과 칼라일파이낸셜그룹도 5억5000만 달러 상당의 항공기 자금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칼라일 산하 칼라일항공파트너스는 비엣젯항공의 보잉 B737 MAX 항공기 200대 구매 자금을 지원한다. 250억 달러 이상의 해당 주문은 향후 5년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며, 1차분 12대 항공기는 2024년에 인도된다. 

이외에도 베트남번영은행(VPBank)과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7년 만기 3억 달러 규모의 양자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이 대출은 중소기업(SME), 특히 여성 소유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고 베트남에서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DFC가 진행하는 사업이다.

교육 측면에서도 협력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베트남 호찌민시개발은행(HDBank)과 풀브라이트 대학교 캠퍼스는 2000만 달러의 대응 자본을 제공하기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호찌민시가 교육 품질과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더욱 향상시키고, 과학 연구 개발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호찌민시 하이테크 단지 내 풀브라이트 대학을 건설하기 위해 사용될 것이다.

베트남 기업들도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11일 열린 베트남·미국 혁신 및 투자 정상회담에서 베트남 주요 IT업체 FPT 그룹 쯔엉 자 빈 회장은 그룹이 올해 말 미국에 1억 달러의 자금과 1000여명의 인적 자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PT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2028년까지 3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1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투자 계획과 함께 FPT는 FPT 교육 시스템에서 인공지능(AI)을 교육에 도입하는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 밸리의 머신비전 및 인공 지능 분야 회사인 LandingAI와의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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