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로 재점화된 미·중 기술 경쟁] 뿔난 美 "중국에 1센트도 못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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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9-2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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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웨이 폰 출시에 화나…7nm 양산 증거 없어"

  • 공화당, 화웨이·SMIC에 융단 폭격 제재 요구

  • "반도체법 가드레일 곧 완성"…예상보다 강하나

  • 정부 셧다운도 문제…"더 큰 위험에 빠뜨릴 것"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화웨이 스마트폰에 미국이 뿔났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단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 되지 않겠다"며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 억제에 대한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미국 정치권 역시 화웨이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SMIC에 융단폭격식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미·중 패권 경쟁에서 더욱 강력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 출시에 뿔난 미국, 대중국 고삐 더 죄나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의 반도체법 1년 평가 청문회에서 “우리는 중국이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중국의 반도체 양산 능력에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대중국 기술 전쟁을 주도하는 상무부 수장인 러몬도 장관은 화웨이의 스마트폰 발표에 “화가 났다(upset)”고 밝혔다.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프로’ 출시로,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억제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잇따른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최첨단 반도체보다 약 8년 뒤처진 14nm 이하 반도체 등의 생산에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화웨이와 SMIC가 제재를 뚫고 7nm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고삐가 느슨했다는 비판을 촉발했다.
 
상무부는 현재 화웨이가 7nm 반도체를 확보한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메이트 60프로에는 SMIC가 중국에서 제작한 7nm 칩 기린 9000s (Kirin 9000s)가 탑재돼 있다. 기린 9000s는 SMIC가 7nm 기술을 최초로 활용한 칩으로, 중국 정부의 자국내 칩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진전을 얻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구나 시장은 러몬도 장관의 생각과 달리 화웨이와 SMIC가 칩 양산 능력을 빠르게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주요 증권사 하이퉁증권은 화웨이가 올해 기린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약 1500만대 생산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2024년에는 생산량이 7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TSMC가 애플을 위해 매년 2억개가 넘는 아이폰 칩을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양이지만, 생산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이에 미국 공화당은 화웨이와 SMIC를 전면 제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 맥콜 공화당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이끄는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14일 앨런 에스베테스 산업안보차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두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한은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쳐서 미국의 원천 기술이 녹아있기 때문에 이는 미국 수출통제를 위반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무부가 SMIC 및 화웨이 그리고 이들 기업의 모든 자회사를 수출통제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올리고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FDPR은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을 사용했으면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가드레일 곧 완성, 중국에 1센트도 못 줘"…셧다운은 문제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법 가드레일의 최종 규정과 관련해서는 “곧 수주 내로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드레일은 반도체법을 통해 자금을 지원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 동안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에서 첨단 제조 시설을 건설하거나 확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지원을 받은 기업이 가드레일을 위반할 경우 상무부는 지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상무부는 우려 기업의 정의 등 가드레일의 세부 사항 일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나, 화웨이발(發) 사태로 인해 가드레일이 예상보다 빡빡할 가능성이 있다.
 
러몬도 장관은 이와 관련해 “반도체법의 목적은 국가 안보”라며 “우리는 지원금의 단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돈을 받은 기업 누구도 중국에서 연구하거나 투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국가 안보를 훼손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가능성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부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반도체법과 관련한 기관들의 업무가 중단된다. 셧다운이 끝날 때까지 상무부 소속 직원들은 직장에 복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공화당 강경파들은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4700억 달러로 줄이지 않는다면 내년 예산안 처리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으로, 예산안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내달 1일부터 정부 셧다운이 발생한다.
 
러몬도 장관은 “(셧다운 시) 수출 통제 집행 및 업무, 반도체법 자금 등 모든 것이 중단된다”며 “우리가 일하지 않는 모든 날은 우리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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