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시작된 전국 교사의 교권 보호 외침이 국회에 닿았다. 현장 교사들은 환영하면서도 입법만으로 교권 회복을 완성할 수 없다며 현장 중심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동학대처벌법·아동복지법 개정안 입법으로 교권 보호 법안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권보호 4법(초중등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유아교육법 개정안)'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에서 일괄 의결됐다.
'정당한 생활지도' 보호 가능···학생부 기재·사례판단위 설치, 공론화 필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르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 학생 보호자가 교직원이나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학교 민원은 교장이 책임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원지위법 개정에 따라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원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직위해제 처분을 하지 못한다. 교장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축소·은폐할 수 없다. 교육감은 각종 소송에서 교원을 보호하는 공제사업을 할 수 있고 학교안전공제회 등에 운영을 맡길 수 있다. 교육지원청이 교권 침해 조치 업무를 맡고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한다. 아동학대 신고로 교원에 대한 조사·수사가 진행되면 교육감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교원의 유아 생활지도권을 명시하고 초·중·고교와 마찬가지로 유아교육 과정에서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부모 등 보호자가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협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규정했다.
다만 여야 간 이견이 컸던 중대한 교권 침해를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조항과 교육청에 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를 설치하는 조항 등은 앞서 교육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제외됐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사례판단위 관련 선생님들의 일치된 의견도 없었고 반대 의견이 있었다"며 "학생부 등록도 선생님들 간 의견 차이가 있다는 판단이 있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발자국 내딛은 것"···아동학대처벌법·아동복지법 개정안 통과돼야
현장 교사들은 "교권 보호를 위한 큰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장에서 교사들의 실질적인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가 지난 1일 시행된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에 따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이달 말 내기로 했는데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상당히 환영하는 일이지만 (교권 보호를 위한) 출발에 불과하다"며 "교육활동 보호 측면에서 법안 통과이고, 교사의 실질적인 교육권은 지난해 12월 생활지도권이 부여되기 전까지 언급된 적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법적 보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심만으로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고 신고를 의무화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과 과도하게 적용되는 현행 아동복지법 내 정서적 학대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윤미숙 전국초등학교노동조합(초교조) 대변인은 "교권 보호 4법 통과로 학교 교육을 회복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면서도 "아동학대처벌법·아동복지법 개정안 입법까지 되면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교육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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