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놓고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하반기 금리 동결·내년 인하'가 증시에 선반영돼 있었지만 이번 발표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금리 동결을 고수해 온 한국은행(한은)도 인상 압박이 커지게 됐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FOMC 발표로 국내 증권시장이 폭락한 가운데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이날 하루 동안 총 1842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장 중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1227억원에 달했지만 장 마감 직전 매수에 나서며 순매도 규모는 686억원에 그쳤다. 외국인의 매매율이 적은 코스닥 시장에서는 1155억원이 순매도됐다.
이날 증시 폭락은 FOMC 결과가 시장의 예상보다 매파적(통화긴축)이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발표 전 주가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인 태도가 선반영됐었지만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금리 동결 장기화와 함께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는 시장 예상보다 상당히 늦어질 것”이라며 “연준의 매파적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짚었다. 박 연구원은 “11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불가피하다”며 “미국의 통화 정책 기조가 금리 인하로 전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 연준 위원들의 올해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 중간값도 종전과 같은 5.6%를 유지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5.25∼5.50%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인상 가능성을 남겨둔 셈이다. 내년 점도표 중간값은 지난 6월에 제시한 4.6%보다 0.5%포인트 상승한 5.1%를 제시했다. 내년에도 '고금리 장기화'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박 연구원은 “물가 리스크도 작용했지만 성장률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월 전망치 1.0%보다 대폭 상향된 2.1%로 수정 전망돼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넘어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 시장도 요동을 쳤다. 10년물은 전일 대비 6.8bp 상승한 4.031%, 3년물은 어제보다 4.0bp 상승한 3.93%를 기록했다. 10년물 4%대와 3년물 급등세는 지난해 부동산PF 사태 이후 1년 만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 금리가 생각보다 많이 올라왔다”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흐름은 미국 국채 시장과 같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금융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보다 금리 인하 개시 시점에 쏠려 있었다. 때문에 이번 FOMC 정례회의 결과가 시장에 끼치는 부정적 파급력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 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 모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채권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는 시기가 늦춰졌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금리 수준의 상향을 거치는 과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의 고민 역시 커지게 됐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가뜩이나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미 연준이 연내 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차는 사상 유례없는 2% 중반대를 향하게 된다.
양국 간 금리 역전차가 커질수록 원화 약세 등 환율 변동성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중앙은행 차원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 카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최근 늘고 있는 가계대출 규모 역시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금리 인상 압박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쉽지 않다. 가계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차주들의 빚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쳐 이자 등 금융비용 증가와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까지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때문에 한은은 미국 긴축 기조 장기화와 국제유가 불안에 따른 물가 위협, 가계부채 문제 등을 언급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긴축 시그널을 꾸준히 낼 것으로 점쳐진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긴축 강화 기조와 환율 변동성 이슈로 인해 한은 기준금리도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면서 "조만간 120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봤던 원·달러 환율 전망치도 하단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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