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기대와 달리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국내 기술주가 일제히 무너졌다. 증권가에서는 기술주 투자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을 조언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01%, 1.27%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4거래일 연속 떨어지며 6만8000원 선으로 밀렸고 SK하이닉스도 11만원 중반으로 내려갔다.
이차전지 업종도 낙폭이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0% 하락하면서 종가 기준 지난 1월 25일 이후 8개월 만에 48만원대로 밀렸다. LG화학과 삼성SDI는 4.36%, 3.55% 내렸다.
올 들어 가장 상승세가 가팔랐던 이차전지 소재 업체 주가도 파랗게 질렸다. 포스코홀딩스(-2.86%), 포스코퓨처엠 (-3.16%), 에코프로비엠(-2.75%), 포스코DX(-3.14%)뿐만 아니라 로봇 대장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6.29%나 하락했다. 국내 대표 기술주인 네이버(3.45%)와 카카오(3.08%)도 3%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국내 기술주가 줄줄이 약세를 기록한 건 지난 19~20일(현지시간) 이어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때문이다. 연준은 높은 기준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 연준은 올해 말 금리를 직전 전망인 5.6%로 동일하게 예상했지만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지난 6월 4.6%에서 5.1%로 높였다. 2025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도 지난 6월 3.4%에서 3.9%로 올렸다.
이는 단기적으로 연내에 한 차례 0.25%포인트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며 내년 한 해 금리 인하 폭은 0.5%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기술주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한다. 기술 중심인 기업은 미래 현금 흐름을 가치로 평가받기 때문에 이를 환산하는 할인율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기술주 중심인 미국 나스닥 지수도 밤사이 209.06포인트(1.53%) 하락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 기조에 따른 미국 증시 기술주 급락 여파에 반도체와 이차전지 관련주에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금리 민감도가 높은 기술주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호재보다는 경기 불확실성 요인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고 금리 하락도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새로운 호재를 기대해 볼 수 있는 3분기 실적 시즌 전까지는 기술주에 대해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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