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비금융 융합 방안'의 이름으로 은산분리 개혁을 추진했으나, 잇따른 은행권 내부통제 실패에 관련 논의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금융지주회사에 비금융 자회사 출자 한도를 넓혀주는 '금융지주 개선 방안' 역시 이달 중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은행 내 횡령 사고가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금융감독원의) 발표도 있었다"며 "가까운 시일 내로 (은산분리 관련)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당초 금융당국은 과거부터 은행과 산업 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허물고, 비이자수익 확대 또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자 했다.
업계에서도 비이자수익 강화, 글로벌 진출, 사회적 가치창출 확대 등 금융·은행이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이자수익 강화, 해외 진출 등은 단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라면서 "당국이 지적하는 '이자 장사'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눌러놓은 금융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내부통제가 핵심 화두로 오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내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규제를 완화해 금융권을 지원해야 한다는 명분이 약해졌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의 700억원 횡령 사건으로 시작해 올해에도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에서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달에는 BNK경남은행의 횡령 사고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3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금감원 발표도 있었다.
내부통제는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금융 규제 완화의 선결 과제로 내세운 만큼, 올해 금융당국의 핵심 화두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최고경영자(CEO)와 상임감사에게도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당분간 강화된 규제 기조를 뒤집지 않겠다는 분위기이며, 업계 역시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매년 반복되는 내부통제 실패가 규제 완화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자책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반복되지 않아야 은행이나 금융회사의 목소리에도 힘이 생긴다"면서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프로세스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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