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업계가 시멘트 업계의 계속된 가격 인상과 건설업계 원자재 가격 상승분 납품단가 미반영 우려로 샌드위치 신세에 놓였다. 전국 중소 레미콘업체들이 자칫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은 지난 2021년 6월 이후 유연탄 가격과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4차례에 걸쳐 60%가량 올랐다. 특히 올해에만 이미 두 차례 가격이 인상됐다. 다음 달부터는 1톤(t)당 가격이 종전 10만5000원 선에서 11만8000~12만원으로 오른다. 인상폭은 성신양회가 14.3%로 가장 크고, 아세아시멘트가 12.1%로 가장 작다.
시멘트 업계가 내놓은 가격인상 이유는 전기요금 상승이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올해 들어 1분기 9.5%, 2분기 5.3% 인상되며 생산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것이 레미콘 업계 분석이다.
대형 시멘트 공장인 쌍용C&E, 삼표, 한라, 현대 4개가 위치한 강원도 지역 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환경부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련 규제 강화로 인한 설비 재원 마련이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멘트업계가 오는 2027년까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질소산화물(NOx) 배출 저감을 위해 최대 2조원이 필요해 이를 레미콘 업계에 전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레미콘 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위축된 건설 경기에 연이은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인해 시멘트 단위 수요량(분체량)이 m³당 390㎏으로 늘어나는 등 '콘크리트 품질관리 기준' 강화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때문에 레미콘 업계는 공사 자재 공급처와 수요처로 항상 단가를 두고 대립해오던 건설업계와 처음으로 손잡고 시멘트 업계에 대응 중이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국토교통부 주재로 열린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 간담회가 6차례나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오히려 레미콘과 건설업계 간 불협화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광주·나주·장성·담양·화순 등 전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이 오름에 따라 건설업계에서 레미콘 가격을 6% 정도 인상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부진한 간담회에서 잘 드러났듯이 건설업계도 시멘트 업계처럼 레미콘 업계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다. 원자재 가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탈출구가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한편 시멘트사들은 가격인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발표한 일정대로 인상가격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 간담회에서 가격협상 결론이 나면 소급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는 이달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인상가격을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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