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두 달여 앞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5일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정답은 없다"며 소신 발언을 내놨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연임에 난색을 표하며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등 경영진 견제에 힘을 실어왔던 만큼 금융권의 자율적인 지배구조 경영 필요성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회장 인선 과정에서 KB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프로세스와 경영승계프로그램에 대한 금융권 호평에 대한 질문에 "많은 분들이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획일화·통일화하려는 유혹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업종 특성이나 기업,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각 기업 체질과 문화에 맞는 지배구조를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답변했다.
그는 금융권에 '뜨거운 감자'였던 CEO 연임 이슈에 대해서도 본인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윤 회장은 "국내 금융권 CEO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반면 미국 S&P500 기업은 평균 CEO 재임기간(2018년 기준)이 10.2년이고 최근 10년간 평균치 역시 7년"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3년, 6년마다 바뀌는 CEO 체제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성과가 나오는 투자를 얼마나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개별사나 한 그룹 내에서도 CEO 재임기간을 차별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윤 회장 발언은 국내 최대 금융지주를 장기간 이끌어 온 수장으로서 금융권 지배구조와 CEO 선임 공방을 바라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현 금융당국 수장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국내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해 미흡하다며 비판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투명성 제고 일환으로 금융권 CEO 선임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근래에는 '관치' 논란에도 CEO 연임 이슈에 개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3연임이 유력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용퇴를 압박한 바 있다.
윤 회장은 "저희 KB금융 지배구조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하고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보완해 나가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가 전체로 봤을 때는 지배구조가 하나라는 생각이 옳은가"라며 "지배구조나 회사 특성이 다른데도 하나의 프레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큰 착각"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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