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야당이 역공에 나섰다. 당내 친명(찬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체제 굳히기와 동시에 정부·여당과 검찰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추석 민심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추석 밥상에서 '이재명'과 '총선'이 화두로 오르면서 가족 간에 설전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 후 정치적 결집을 위한 다양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지난 21일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을 때까지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 27일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결과를 대기하던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역시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하는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28일 민주당 당원들에게 보내는 추석 인사를 통해 "정부가 야당 탄압에 몰두한 채 민생을 팽개친 사이 전국 곳곳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호소가 넘쳐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무너지는 민생을 일으켜 세우겠다. 하나 된 힘으로 무능한 정권에 맞서고 국민의 삶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추석 당일인 이날에도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한다"며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고 적었다.
사실상 일각에서 제기되는 당 대표 사퇴론을 일축하고, 이 대표와 친명 체제를 중심으로 결집을 호소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지난 26일 선출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 역시 당선 소감에서 "꼭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힘을 만들어 내겠다"며 결집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수석부대표에 친명계 박주민 의원을, 원내대변인에 윤영덕·최혜영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홍 원내대표 역시 친문(친문재인)계이자 범친명계로 분류된다. 민주당은 친명계를 중심으로 추석 연휴 이후 당과 원내 지도부와 당직 개편 등을 통해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 숙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계파간 긴장감이 감돌면서 전운이 고조하는 분위기다. 강성 친명계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따른 '이탈표'를 '해당(害黨) 행위'로 규정하고, 색출을 통해 징계 등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명계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최고위원회 등 기존 당 지도부 역시 총사퇴해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을 맞이하면서 가족과 지인들 사이 의견이 갈리며 추석 밥상 역시 쪼개지는 양상이다. 좋자고 모인 명절날 괜히 가족끼리 얼굴만 붉힐까봐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자리를 일찌감치 피하거나 아예 귀성을 포기한 시민들도 있다.
자신을 자칭 '개딸(개혁의 딸)'이라고 지칭한 40대 박모씨는 "가결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있게 나와 본인이 가결표를 던졌다고 말해야 한다. 떳떳하면 더욱 그래야 한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0년째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60대 김모씨는 "단순 구속영장 기각됐을 뿐 아직 사법부의 판단을 다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마치 단순 영장 기각으로 무죄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비명계로 밝힌 20대 송모씨는 "이번 추석은 이재명의 영장 기각과 총선을 앞두고 유독 정치 설전이 심한 것 같다"며 "될 수 있는 대로 긴말하지 않고 자리를 옮기는 게 상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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