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를 하루 남겨둔 가운데 임시 예산안이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하원 통과에 실패했다. 이에 셧다운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미 하원에서 정부 예산 집행을 30일간 연장하는 임시 예산안이 232-198로 부결됐다. 임시 예산안에는 연방정부 지출 삭감 및 국경 통제 강화 등 공화당 측의 주장 내용들이 포함됐으나, 한층 강력한 수준의 지출 삭감을 요구하는 21명의 공화당 강경파가 반대표를 던져 결국 통과가 좌절됐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자신이 추진한 임시 예산안이 부결되자 "아직 끝이 아니다. 나는 다른 생각이 있다"며 다른 대책을 시사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원은 30일에도 추가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현재 미 하원은 공화당이 221명, 민주당이 212명으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공화당 지도부와 의견을 달리하는 강경파 의원들이 표결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 보터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이다.
민주당 주도 상원 역시 연방정부 예산 집행을 11월 17일까지 연장하는 임시 예산안을 준비하고 있으나 표결 시기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다.
셧다운 D-1
미국은 내달 1일부터 2024회계연도가 시작되는 가운데 1일 오전 0시1분까지 의회의 예산안 통과 및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연방정부 기관들의 예산 집행이 불가능해져 문을 닫게 된다.구체적으로 미국 내 국립공원들이 문을 닫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대부분 감독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또한 400만명에 이르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번에 셧다운이 발생하면 최근 10년새 4번째 셧다운이다. 특히 2018년에는 2019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문제로 인해 34일간이나 연방정부가 폐쇄돼 사상 최장 기간 셧다운을 기록하기도 했다.
따라서 내달 1일부터 셧다운을 맞게 되더라도 이후 의회 내 협상이 타결되면 조속히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다. 하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내 의견 분열이 심각한 것이 예산안 타결에 장애물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킴 제프리스 미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수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공화당 내 남북전쟁 중에 있다"며 "이는 재앙적인 정부 폐쇄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셧다운이 눈 앞으로 다가오자 미국 정부 인사들도 조속한 예산안 타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셧다운 시 특히 미군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전역식에서 "우리 군대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가운데 정치 놀음을 해서는 안된다"며 "이는 절대적인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역시 셧다운이 발생하면 소기업 및 아동 지원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동시에 주요 인프라 사업이 지연되면서 미국 경제가 '잠식'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셧다운이 발생하게 되면 미국의 신인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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