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자장사' 꼬리표 떼기 특명…"비이자이익 키워 기업가치 높여야"

'미 은행 50% 육박' 비이자이익 비중, 국내선 12% 불과

[사진=연합뉴스]

"비이자이익 부분을 늘려야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수료 수익 기반은 너무 취약하다. 계좌 유지 수수료만 도입해도 비이자수익이 10%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국내 은행권이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한정된 사업구조로 이자이익 중심 영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과도한 이자장사에 치중한다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어 이를 벗어나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자체 노력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최근 5년 평균 12%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30.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은행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은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있다. 외환수입수수료 등 기타업무 관련 수수료와 펀드·방카판매수수료 등 업무대행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나 국내에서 수수료 이익을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이사는 지난 8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은행의 경우 대부분 ATM기 수수료 등이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는 수수료 수익이 높다"고 언급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사업구조에서 비이자이익 제고의 고충을 토로했다. 윤 회장은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4가지의 40(비은행 수익 비중 40%, 비이자 수익 비중40%, 글로벌 수익 비중 40% 총영업이익경비율 40%)"이라면서도 "수수료 체계에 있어 해외 금융사보다 불리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해외에 나가면 투자자들이 KB금융의 고객이 3700만명 된다는 점에 놀란다"며 "이는 해외처럼 계좌 유지 수수료 등이 없기 때문에 복수 거래 고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국내 은행권의 낮은 비이자이익 구조는 해외 은행과의 자산가치 비교에서 격차를 드러낸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은행 기업가치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은행에 속한 국내은행 BIS 총자기자본비율(2022년말 기준)은 평균 15.9%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13.9%, 일본 13.7% 등 비슷한 영업모델을 가진 해외은행 대비 높다.

반면 시장에서 인식하는 국내은행의 기업가치는 비슷한 영업모델을 가진 해외은행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글로벌 100대 은행에 포함된 국내은행의 PBR 평균치(2022년말 기준)는 0.32배로, 영국(0.56배), 일본(057배), 미국(0.98QO) 등 국내은행과 영업모델이 비슷한 해외은행 평균치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임형석 선임연구위원은 "건전성 측면에서는 국내은행이 양호하나 국내 은행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는 수익의 지속가능성 저하, 낮은 배당성향, 은행주 보유 관련 규제에 따른 수요 제한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또한 "이자이익 비중이 높아 경기순환상의 금리 변화에 당기순이익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것이 수익의 지속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 산업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제시된 만큼 영업모델 다각화에 따른 수익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통해 은행 산업의 PBR이 개선되는 등 은행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자산관리서비스가 투자자문업 활성화, 신탁업 혁신 이외에 투자일임업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 은행 기업가치 제고에 긴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