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부장 직급 직원을 부원으로 발령한 인사 처분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기관은 해당 직원이 국회에 잘못 제출한 '장관 보고서' 때문에 기관의 핵심 사업에 걸림돌이 됐다고 근거를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지노위는 한국건강가족진흥원(한가원)에 A씨에 대한 인사처분은 부당하다며 원직 복직과 함께 정상 근로 시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정했다.
전략기획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5월 전략기획부장에서 소통협력실 부원으로 발령받았다. 한가원 상임이사 B씨가 A씨에 대해 본부장 승진 문제를 제기한 지 약 일주일 만이었다. A씨는 지난 4월 6일 기관 측이 육아휴직을 만류하며 본부장 보직을 제안해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같은 달 24일 B씨가 직원들이 있는 메신저를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A씨는 부하 직원을 시켜 장관 보고서를 작성토록 했다. 부하 직원이 관련 부서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답변하지 않자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이다. 윤리감사실은 B씨 측 문제 제기에 따라 조사를 시작했고 "A씨가 오류가 있는 보고서를 상임이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장관 보고서'에서 소속 변호사 연봉 법률구조공단(법구공) 3864만원, 해당 기관 3360만원이라고 한 부분을 2015년 입사 7년 차 기준 법구공 5029만원, 해당 기관 3510만원이라고 정정하는 등 새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가원 측은 "근로자(A씨) 검토 누락으로 변호사 처우 개선 관련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고 그 여파로 현재도 변호사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말고도 있었던 A씨의 보고 누락과 자료 오기 등을 종합해 자질 부족으로 판단했다"며 "근로관계 질서에 대한 위해와 공공기관의 공직기강 해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씨는 지난 6월 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문제가 된 '보고서'에 대해 "알리오 공시 자료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수 있으나 허위 자료 제출은 아니다"며 "이 같은 한계점을 인식하고 상부와 소관 부처에도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또 "부장이 직속 본부장이 아닌 임원이나 다른 본부장에게 직접 보고를 한 적은 거의 없다"고도 했다.
지노위는 "보고서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온전히 근로자 탓이라고 볼 수 없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지노위는 △기한까지 소관 부처에 제출해야 했던 점 △관련 부처에 자료 제출을 독촉했음에도 답변이 없었던 점 △보고서 미흡함에 대해 본부장과 소관 부처 서기관에게 보고하는 등 조치를 취한 점 등을 고려했다.
한가원 측은 지노위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사건 당사자가 지노위 판정에 불복하면 중노위 재심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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