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위기 탈출 몸부림…사업·제품별 선택과 집중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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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남라다 기자
입력 2023-10-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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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의 ‘구운쌀칩’ 사진오리온
오리온의 ‘구운쌀칩’ [사진=오리온]
롯데웰푸드의 ‘쌀로새’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의 ‘쌀로새’ [사진=롯데웰푸드]
식품업계가 과감한 품목 축소와 함께 유통채널과 손잡고 출시하는 PB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이중고를 벗어나기 위한 행보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매출이 부진한 품목을 과감히 정리하고 특정 유통채널에서만 선보이는 PB상품을 공동 개발하는 등 원가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안 팔리면 단종한다”···식품업계, 비인기 품목 ‘다이어트’ 

식품기업들은 소위 ‘돈 안 되는 제품’ 정리를 시작했다. 

식품업계는 통상 1년 기준으로 전체 품목 수의 10% 안팎에서 제품 종류를 조정하지만, 올해 조정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이미 롯데웰푸드는 올해 상반기에만 46개 품목을 줄였다.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과 롯데웰푸드는 올해 상반기에 쌀과자 제품인 ‘구운쌀칩’과 ‘쌀로새’의 단종을 결정했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을 시도해왔던 식품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다품종'을 포기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오리온이 지난 2019년 4월 ‘안(安)’이라는 제품명으로 베트남 법인에서 구운쌀칩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글로벌 연구소가 2년 간의 자체 개발 끝에 시장에 선보였다. 2021년 한 해 동안 베트남에서만 600억원 어치가 팔려나가며 히트상품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의 호응에 힘입어 2020년에 국내에도 구운쌀칩을 출시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베트남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면서 채산성이 낮은 것도 단종 배경으로 꼽힌다.
 
오리온 관계자는 “구운쌀칩은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이라면서 “물류비, 환율 등 제반 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생산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가 2021년 8월 선보인 후 2년여만에 단종이 결정된 쌀로새는 국내 쌀과자의 대명사인 ‘쌀로별’에 새우의 풍미를 더해 만든 스낵이다. 
 
판매가 저조한 품목을 단종하는 시도는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고메 핫스파이시 치킨’을 접은 데 이어 연내 ‘햇반 컵반 치킨커리덮밥’의 판매도 중단할 계획이다. 
 
대상은 지난 8월 청정원의 ‘허브맛솔트 매콤한맛’(52g)의 생산을 중단했다. 허브맛솔트는 순한 맛, 마늘&양파, 매콤한 맛 3종으로 구성했지만 현재는 매콤한 맛을 빼고 와사비 맛을 새롭게 추가해 운영 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인기 제품을 정리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은 어느 기업이나 통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면서도 “다만 내수 침체와 맞물려 원가 상승 폭이 커지면서 최근 기업들이 제품 단종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PB 상품 인기에 일석이조 효과”…자체상품 출시 ‘봇물’
 
식품기업들이 특정 유통채널과 손잡고 PB(자체브랜드)를 선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존 PB(자체브랜드)가 유통채널이 주도해 제조사를 선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식품기업이 먼저 PB를 제안하기도 한다. 

지난 8월 CJ제일제당이 이커머스 기업인 컬리를 통해 선보인 단독상품 ‘골든퀸쌀밥’은 출시 3주일 만에 초도물량 7000세트(6개입)가 ‘완판’됐다.
 
CJ제일제당은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를 통해 비비고 납작교자, 햇반 컵반 등 신제품 13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인터파크커머스와 손잡고 PB 상품인 ‘아이팝(I*POP) 먹는샘물’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인터파크쇼핑을 비롯해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자사몰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자사몰의 경우 수익성 확보와 함께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KGC인삼공사와 hy가 대표적이다. KGC인삼공사는 정관장몰을 통해 PB상품인 ‘정몰초이스 글루타치온’을 출시했다. 지난 9월 기준 회원 수 100만명, 지난해 매출 346억원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원 수 160만명(같은 기간 기준)에 달하는 hy도 화장품 외에 유기농 두유 등 PB상품의 품목 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프레딧 전용으로 내놓은 ‘NK7714 하이퍼 부스팅 앰플’은 hy가 유산균을 배양한 발효물을 원료로 했다. 연구기간만 10여년이 걸린 hy의 야심작이다.
 
hy는 전국 1만여명의 프레시매니저와 PB상품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y의 PB는 고객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프레시매니저가 집 앞까지 배송해준다.
 
풀무원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잇따라 건강식 PB 상품을 내놓고 있다. 유기농 즉석밥, 죽, 탕 등 4종의 제품을 자사몰인 샵풀무원에서 올가홀푸드 브랜드로 판매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의 PB는 식품사는 유통사를 통해 단독 상품을 출시해 고객의 소비 패턴 등 각종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유통사는 단독 상품으로 록인(lock-in)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서로 윈-윈”이라며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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