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업계는 납품대금 연동제를 제대로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시멘트와 건설업계에 끼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는 대기업이 아니면서도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며 레미콘업계에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떠넘기고 있다. 건설사는 레미콘업계에 거래처 변경이라는 카드로 압박해 부담이 크다. 현재 시멘트업계는 줄줄이 두 자릿수 인상률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레미콘업계만으로는 가격 인상을 막을 방법이 없어 정부와 건설사업계까지 나서서 협상중이다. 그럼에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납품대금 연동제가 무력화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경기도에 위치한 A레미콘회사 대표
“납품대금 연동제 수혜기업이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규정돼 있는 게 문제다. 원청(위탁)과 하청(수탁)을 동시에 수행하는 업체들은 사각지대에 놓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제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사는 아래로는 원자재 가격을 연동해줘야 하지만 발주처에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걱정이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B건설사 관계자
중소기업계 15년 숙원이었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이 4일 시행됐다. 하지만 일선 현장 불안감과 우려는 여전하다. 중소기업을 보호해 줄 제도라는 기대감에 앞서 위험 외주화와 함께 예기치 못한 원자재 가격 폭등을 감당하는 비용 외주화도 함께 떠맡아 온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개정안에 ‘상호 합의 시에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으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계에서는 원자재뿐만 아니라 전기료, 가스료 등 주요 경비가 납품대금 연동제에 제외됐다는 볼멘소리도 높다. 최근 원자재 가격은 하락했지만 공공요금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등 ‘공정기술’을 활용해 부품 또는 완제품을 생산하는 뿌리산업은 생업이 달린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정안은 재료비, 노무비, 경비 중 재료비만 포함하고 있다.
경남에서 금형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C 대표는 “뿌리산업은 원재료 가격 상승도 문제지만 전기, 가스와 같은 공공요금 변동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다”며 “납품대금 연동제에 공공요금이 포함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전기요금 등도 연동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에 명시하고 해당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것이다”고 조속한 문제 해결을 시사했다.
◆용어설명
납품대금 연동제: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제품의 주요 원재료(비용이 하도급 대금의 10% 이상인 원재료) 가격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정한 비율(10% 이내)보다 큰 폭으로 변동할 경우 그에 연동해 대금을 조정하는 제도.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