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촉발된 이·팔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국으로 귀국을 명령하는가 하면 재택근무에 돌입하며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수의 한국기업이 진출해있다. 이스라엘은 AI, 핀테크, IoT 등 공학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많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에 연구개발센터, 기술센터, 판매법인 등을 운영하며 현지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해왔다.
이번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LG전자는 이스라엘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과 가족 20여 명을 귀국시키기로 지난 9일 결정했다. 이 회사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100㎞ 떨어진 텔아비브 인근에서 판매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과 그의 가족들을 귀국시키기로 했다"면서 "현재까지 직원 및 가족들에 대한 피해는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점에서 근무하는 현지인 직원들에게는 안전을 고려해 재택근무를 명령했다. 이후 주기적으로 안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직원들의 근무 현황을 보고받을 계획이다. 회사 측은 "지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안전 대책을 수립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신기술 확보를 위해 이스라엘에 연구개발센터(R&D)와 삼성리서치이스라엘, 판매법인 등을 운영하고 있다. R&D법인과 판매법인 등에는 한국인 주재원 15명을 비롯해 300여 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다. 특히 이·팔 전쟁이 발생하기 열흘 전인 지난달 28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스라엘 R&D 센터에 들러 혁신 스타트업과 신기술 투자 현황을 보고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귀국 명령은 내리지 않았지만 전 직원 재택근무 전환 및 비상 연락망 체계를 가동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직원의 안전을 위해 주재원 및 현지인 전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본사와 현지 간 비상 연락망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현지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넥스트 플랜이 가능하도록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텔아비브 쪽은 피해가 없고, 현지 직원들의 피해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아직까지 이번 충돌에 따른 대리점 전시장이나 차량 파손 등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도 현지 관광객과 교민 귀국 지원에 나선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스라엘 지역에 장기 체류하는 한국인은 570여 명이고, 이에 더해 관광객도 약 360명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현지에서 한국인 체류객을 싣고 이날 오후 출발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지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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