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금융권에선 은행권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사업자대출 연체율이 오르는 데다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은행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일반 회사채 금리가 인상돼 기업대출을 부추기는 악순환도 지속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0.24%) 대비 0.1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금융권은 해당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 요인으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증가를 꼽았다.
실제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2%로 전년 동기(0.14%) 대비 0.02%포인트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9%로 전년 동기(0.27%) 대비 0.22%포인트 상승했다. 아울러 중소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기(0.17%) 대비 0.28%포인트 상승한 0.45%로 증가 폭이 관련 대출 연체율 중 가장 컸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액도 지난해 대비 2배가량 증가하면서 관련 우려를 키우는 실정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액은 올해 2분기 말 28조36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3조6300억원) 대비 108.1%나 급증했다.
금융권은 올해 기업대출 잔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9월 말 기준 연체율과 연체액도 올해 중순 대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대출 대부분이 부동산 대출에 쏠려 있어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세와 맞물려 관련 대출의 부실화 위험성이 높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9월 말 기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자금조달비용 상승, 주택경기 둔화 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기업 부채 증가를 주도했다"며 "특히 이번 금리 인상기에 부동산업처럼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은 부문으로 대출 집중도가 더욱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은행권이 기업대출 수요를 커버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미국 긴축 기조에 일반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기업대출을 애용하고 있다. 문제는 우량채인 은행채 발행이 증가할수록 기존 회사채 등은 더욱 소외되면서 일반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은행 대출에 또 손을 벌리게 되고 이는 기업대출 규모와 연체율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면서 관련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권에 대해 은행채 발행을 제한해왔다. 당시 우량채인 은행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반 회사채 등이 경쟁력을 잃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연 4%까지 끌어올리는 등 수신 경쟁이 과열되자 당국은 4분기부터 주요 자금 조달 창구 중 하나인 채권 발행 한도를 풀어주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채가 상대적으로 일반 회사채보다 안정적이다 보니 해당 채권 발행이 늘어나게 되면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은행들이 기업대출 연체액과 연체율을 늘리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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