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 분위기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매물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집값은 상승하고 있지만 최근 거래량이 주춤한 데다 매도자들이 높은 호가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11일 KB부동산이 현직 부동산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동산 시장 심리 자료에 따르면 9월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41.4를 기록 중이다. 해당 지수는 100보다 낮을수록 매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매수자 우위의 시장인 셈이다. 올 1월부터 꾸준히 오르며 지난 8월 46을 기록했던 해당 지수는 9월 들어 4.6포인트(p) 감소하며 최근 매수자 우위 분위기가 짙어지는 양상이다.
이는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금리 인상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수요자들의 자금 여력이 줄어들고 매수 심리 또한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집값은 전고점을 향해 다가가고는 있지만, 거래량은 터지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838건을 기록하며 9월에 4000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지만, 이날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654건에 머물고 있다. 아직 실거래가 신고기한이 20여일 남아있긴 해도 추세상 8월 거래량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은 7만4955건으로 이달 1일 7만2154건과 비교하면 열흘 새 5.3%나 늘었다. 올해 초 5만513건보다는 50.4% 증가한 수치다. 올 초 부동산 하락 시기에 집주인들이 급하게 내놓은 매물들이 소화되며 집값이 상승세를 보였고,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거래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다시 매물이 쌓이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매매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는 0.10% 상승하며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KB부동산이 공인중개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매매가격 전망 추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매매가격 전망 지수는 올 1월 65에서 9월 106.5까지 오르며 집값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매도자들은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는데 매물은 점점 쌓이고 있어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작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올 초 특례보금자리 등 정책대출과 집값 회복 기대감에 거래량이 늘었지만 매도 호가가 계속 오르며 시장을 지켜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데다 최근 ‘상급지 갈아타기’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며 “매도자들이 짧은 기간 안에 호가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자 부담이 점점 심화하고 있고 특례보금자리 등 정책 대출 조건 또한 강화되고 있어 매수 여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기존 주택보다는 청약시장 등에 수요가 쏠리며 시장은 관망세를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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