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대 화두는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축소였다. 야당은 R&D 예산이 '망나니 칼춤 추듯이 싹둑 잘렸다'고 비난하며 축소 결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여당은 R&D 나눠 먹기, 소액·단기 과제 뿌려주기 등 기존 관행을 버려야 한다는 과기정통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과기정통부에서 열린 국감에서 "올해 국감 화두는 R&D가 될 것"이라며 "정부도 사실은 5조2000억원 이상 되는 액수를 삭감하면서 현장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부랴부랴 간담회도 하고 대안도 만들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R&D 예산이 진짜 망나니 칼춤 추듯이 싹둑 잘렸다"고 날을 세우며 "과학기술계 원로들과 대화, 심의 등 관련 과정을 다 밟았음에도 막바지 의결 단계에서 대통령이 '노(NO)'를 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국민 안전과 관련되고 기후 위기와 관련된 것은 과기정통부가 끝까지 지켰어야 했다며 비판했다. 고 의원은 "실시간 조기경고 시스템 시범 구축 예산을 무려 80%나 삭감했다"고 꾸짖었다.기후변화 예측 토대를 마련하는 해양육상대기 탄소순환시스템과 재난 안전, 미세먼지 저감 기술 관련 R&D 예산 삭감도 꾸짖었다.
허숙정 민주당 의원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향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때도 삭감되지 않았던 국가 R&D 예산이 갑자기 삭감된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며 답변을 요구했다.
이 장관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자 일종의 국정과제라고 답했다. 그는 "과거부터 누적된 비효율이 R&D 예산에 포함돼 있고 최근 몇 년 새 R&D 예산이 급격히 늘면서 낭비적 요인이 크게 누적됐다는 건 모두가 얘기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R&D를 R&D답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도 힘을 보탰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R&D 예산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 피 같은 돈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너무 급격히 늘어 낭비적 측면이 굉장히 많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문재인 정부 R&D 예산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24조3000억원,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평균 28조5000억원"이라며 "내년 예산이 좀 줄었다고 음해성 정치 공작을 하는 건 과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은 국감 전 모두 발언에서 "낡은 관행과 비효율을 걷어내고 최고 수준의 R&D, R&D다운 R&D를 수행하는 건강한 과학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시기가 됐다"며 구조 개혁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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