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보수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발생해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 대표와 관리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공동주택 관리업체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첫 사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이석재 부장판사)은 12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파트 관리소장 배모씨(63)와 중대재해처벌법등에관한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업체 대표이사 정모씨(62)에 대해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씨의 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반복되는 중대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에게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배씨는 해당 아파트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으로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 작업한다는 안일한 생각에 사고 당시 피해자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피해자의 안전모 미착용을 방치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했고 유족들도 선처를 탄원했다"면서 "또한 사고 직후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을 정비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숨진 A씨는 지난해 4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1층 출입구에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에 올라 누수 방지작업을 하는 도중 1.5m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주택 관리업체 대표와 법인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달 5월 "정씨는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고 배씨는 근로자의 안전모 착용을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며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관리업체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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