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제조업 생산과 수출 부문에서는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업황과 일평균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관련 지표 개선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연중 부진했던 수출이 바닥을 다지는 중이라는 낙관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15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은 4분기 시황(95)과 매출(95) 모두 지난 분기와 같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5~22일 제조업체 1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BSI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 분기 대비 증가(개선), 0에 근접할수록 감소(악화)를 의미한다.
업계의 체감 경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수(95)와 수출(97), 재고(99), 설비투자(98) 등 전망치는 전 분기보다 낮아졌고 경상이익(94)과 자금사정(90)은 보합세를 보였다.
다만 회복 조짐이 엿보이는 수치도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계절조정)는 49.9로 지난해 6월(51.3)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PMI는 제조업체 구매관리자 대상 설문을 기반으로 신규 주문과 생산, 고용, 구매 재고 등을 종합한 지수다.
통상적으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수축을 의미한다. 지난해 6월 이후 15개월 연속 50 이하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8월(48.9)에 비해 상승하며 기준치인 50에 근접한 것이다.
우사마 바티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를 마감하는 9월 제조업 부문 건전성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면서도 "이러한 수치 때문에 생산과 수요 모두 여전히 약세인 실정이 가려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1~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초순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15억8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다만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5억7000만 달러로 9.2% 증가했는데 이 수치가 증가세를 보인 건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생산과 수출이 점차 회복돼 경기 부진이 완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를 통해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의 반등 조짐, 서비스업·고용 개선의 지속 등으로 경기 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표현도 지난달 '일부 완화'에서 이달 '점차 완화'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13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를 통해 "반도체 업황은 저점을 확인하고 4분기에는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와 중국 수출 부진 등이 바닥을 다지면서 조금씩 회복 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